'샤이닝'에서 살아남은 아이가 닥터 슬립이 되다

닥터 슬립 1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7월

오버룩 호텔에서 아버지의 광기로 인해 죽음의 위기를 간신히 모면한 댄은

끔찍한 경험은 물론 자신이 가진 특별한 재능인 샤이닝으로 인해

좀처럼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다가 작은 마을에 호스피스로 취직하면서 정착하게 된다.

닥터 슬립이라 불리며 임종 직전의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던 그는 자신과 비슷한 능력을 가진

아브라라는 소녀를 알게 되고 트루 낫이라는 정체불명의 집단이 아브라를 노리고 있음을 알게 되는데...  

얼마 전에 읽은 '조이랜드'에 이은 스티븐 킹의 최신작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은

'샤이닝'의 후속편격인 책이다. '샤이닝'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로만 봤는데

잭 니콜슨의 광기어린 연기가 인상깊었던 영화였다. 영화를 본 지도 너무 오래되어

사실 단편적인 이미지만 기억에 남아 있는 관계로 그냥 후속편을 봐도 괜찮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전편을 읽고 이 책을 보려면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리는 관계로 바로 책장을 넘겼다.

지금까지 만나봤던 스티븐 킹의 작품들이 그렇듯 이 책에서도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인간들이 겪는

기상천외의 얘기가 펼쳐진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건 기본이고 조종까지 하는 샤이닝이라는

능력은 어떻게 보면 너무 부러울 정도로 가지고 싶은 능력인 반면

제대로 조절할 수 없다면 오히려 크나큰 고통을 줄 수도 있는 능력이었다.

다른 사람의 내면의 진심을 알고 싶기도 하지만 적나라한 진심을 마주치면 상처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수위 조절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데 

댄도 그런 능력으로 인해 오히려 남들이 겪지 않는 고통을 겪는 사람이었다. 

알콜 중독에 빠질 정도로 자신의 특별한 능력과 체험에서 쉽사리 빠져 나오지 못하던 그는

티니타운에서 취직하면서 술도 끊고 새출발을 시작한다.

한편 아이들에게서 '스팀'이란 정기를 빨아먹고 사는 괴물(?)들로 이뤄진 집단인 트루 낫은

리더인 로즈를 중심으로 샤이닝 능력을 가진 아이들을 찾아내어 그들의 생명력을 이어간다.

그러던 중 지금까지 접해본 적 없는 강력한 기운을 아브라에게서 느낀 로즈와 그녀의 일당들은

아브라를 찾아내려 하고, 자신과 비슷한 능력을 가진 소년이 트루 낫에게 당한 걸 알게 된

아브라와 댄은 트루 낫의 위협으로부터 아브라를 지키기 위해 힘을 합하는데... 

스티븐 킹의 작품답게 이야기의 힘은 강렬했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영화 '샤이닝'의 장면들,

특히 어린 소년이었던 댄이 폭풍성장하여 어른이 된 모습은 신기하면서도 어릴 적 겪은

트라우마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걸 보니 안타까운 맘도 들었다.

기이한 능력자들이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 벌이는 신기한 대결은 충분히 흥미로웠지만

스티븐 킹 특유의 호러 분위기는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스팀을 빨아 먹기 위해 혈안이 된 악마들 트루 낫의 집요한 추격으로부터

과연 댄은 아브라를 지켜낼 수 있을런지 이들의 대결의 결과가 정말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