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싱커블
그레고어 조던 감독, 캐리 앤 모스 외 출연 / 캔들미디어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핵폭탄을 미 전역 세 군데에 설치해놓았다는 테러범을 체포한 후 미군 당국은

폭탄을 설치한 곳을 알아내기 위해 고문기술자 H(사무엘 잭슨)를 불러와 고문을 시작하지만...

 

9.11.테러 이후 테러에 대한 미국 사람들의 공포가 결국 이런 영화까지 낳게 된 것 같다.

핵무기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이슬람교인 미국인이 설치했다는 폭탄이 과연 진짜인지 여부도

불확실한 상태에서 만에 하나라도 사실일 경우를 대비해 어떻게든 설치한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미군이 주도가 되어 테러범에 대한 끔찍한 고문을 자행하기 시작한다.

단순한 폭탄도 아닌 핵폭탄이라 만일 테러범이 진짜 폭탄을 설치했다면

수천만명의 목숨이 날아갈 지경이니 고문이 아니라 더 한 걸 해서라도 진실을 알아내려 하지만

테러범은 고문은 당연하고 죽을 각오를 한 상태여서 도대체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폭발 시간은 점점 다가오는데 온갖 고문과 상해를 가해도 맘대로 하라는 식으로 나오는 테러범을

보니 정말 두손 두발 다 들 지경으로 답답한 가운데 점차 극단적인 선택이 시작된다.

 

첨엔 어떻게 피의자를 이런 데 끌고 와 무자비한 고문을 하는 게 말이 되냐는 브로디 요원

(캐리 앤 모스)와 같은 생각으로 고문기술자 H가 인간 백정처럼 보였지만 테러범이 아무리 고문을

가해도 별 반응이 없다가 처음으로 알려준 정보로 폭발물을 찾다가 쇼핑몰에 설치된 폭발이 터져

53명의 사망자가 나오자 더 이상 테러범에 대한 동정 같은 건 없어지게 되었다.

오히려 H가 더 인간적(?)인 느낌(자기 손은 더럽히기 싫어하면서 결과만 나오기를 바라는 자들에

비하면 더 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끔찍한 짓을 자행하는 게 오히려 더 인간적이지.ㅋ)을 받게

되면서 감정이입이 되니 사람이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몰리면 뭔 짓을 할지 모른다는 게 사실인 것

같다. 당장 수천만명이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고 보니 테러범에게 무슨 짓을 해서라도

입을 열게 만드는 게 오히려 선으로 생각되었다.(나도 이러고 싶진 않지만...) 결국 H는 테러범의

아내와 아이들까지 데려오는데 정말 극한의 상황까지 몰고가서 숨을 쉬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까지 보고 나면 정말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믿음이랄까 신뢰랄까 하는

그런 것마저 무너지는 느낌이 든다. 아무리 나름의 숭고한(?) 목적이 있을지 몰라도 무고한

수많은 생명들을 담보로 저런 짓을 저지르는 인간들은 어떠한 변명으로도 용서하지 못할 것 같다.

정말 그래선 안되겠지만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H가 테러범에게 저지르는 갖은 고문과 

끔찍한 행동들에 오히려 쾌감을 느끼는 나를 보고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아내와 아들의 목숨을 위협하니깐 그제서야 입을 열면서 가족들을 살려달라고 애걸하는 테러범을

보면 정말 가증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래도 자기 가족은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타인에 대한 폭력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극단적인 인간들이 늘어나고 있으니

정말 세상이 무섭다는 말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

물론 저런 테러범이 나오게 만드는 세계의 무법자 미국 등도 결코 책임을 회피할 순 없겠지만

현실적으론 마땅한 해결책이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저런 끔찍한 일들이 내 주변에서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라는 이기적인 생각 외엔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여러 가지 극단적인 상황을 줘서 영화를 보는 게

썩 유쾌하진 못했지만 많은 생각할 거리를 준다는 점에서는 괜찮은 영화라 할 수 있었다.

결코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런 일들은 제발 안 일어나길 바랄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