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 마음속 108마리 코끼리 이야기
아잔 브라흐마 지음, 류시화 옮김 / 연금술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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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수업''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등 그동안 류시화 시인이 옮기거나 엮은

잠언시집이나 명상에세이를 종종 만나곤 했는데 이런 책들을 읽을 때마다 뭔가 잊고 살았던,

놓치고 살았던 부분들을 발견하는 기쁨을 맛보곤 한다.

이 책은 누구나의 마음 속에 살고 있는 술 취한 코끼리를 길들이는 방법에 대해 케임브리지 대학

출신의 승려 아잔 브라흐마가 태국의 고승 아잔 차 밑에서 수행하면서 깨달은 바를 통해 알려준다.  

 

이 책은 시작부터 가장 중요한 진실을 알려준다.

삶에서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이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라

원하는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인데,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서는 욕망의 자유가 아닌 욕망으로부터의 자유가 필요함을 얘기한다.

욕망이란 이름의 코끼리에게 끌려다니지 말고 그 코끼리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우리가 느끼는 고통의 근원이 부질없는 욕망에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모든 사람이 행복이라는 보이지 않은 무지개를 쫓으며 살아가지만

사실 행복을 원하는 그 마음만 내려놓으면 바로 행복이란 파랑새를 잡을 수 있음을 모른다는 게

인간이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뻔히 알면서도 욕망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간의 어리석음이

스스로를 고통의 늪에 빠뜨리고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두 장의 잘못 놓인 벽돌 얘기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안에는 완벽하게 쌓아 올린 벽돌이 무수히 많음에도 잘못된 두 개의 벽돌에만 신경쓰면서

늘 불만 가득한 삶을 살아가는데 이 또한 스스로를 불행의 늪에 빠뜨리는 원인이었다.

인생에는 행복과 고통이 비슷한 비율로 존재함에도 행복만을 바라고 고통은 외면하려는 태도가

행복은 행복대로 못 누리고 고통에는 허덕이게 만드는 악순환을 낳게 만드는데, 

행복과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지금 이 순간 자신과 함께 있는 사람을

보살피고 배려하는 일이 가장 중요함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삶에서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그 일 자체보다는

그 일에 대한 생각 때문이라는 중요한 진리를 알려준다.

아무 쓸데없는 걱정과 생각이 스스로를 괴롭히곤 하는데 자신을 욕하고 부당한 행위를 하는 그런

인간들에게 마음의 한 구석도 허락하지 않는 게

몸과 마음에 도움이 되는 적절한 대처법이라 할 수 있었다.

흔히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사람들을 부러워하곤 하는데

그 사람은 오히려 자신을 부러워할 수도 있다.

결혼한 사람은 결혼 안 한 사람을, 결혼 안 한 사람은 결혼한 사람을 부러워하곤 하는데

서로 각자의 장점만 바라보고 단점은 보지 못하는 그런 실수를 저지르는 짓이다.

고통을 또 다른 고통으로 바꾸는 바보 짓을 하지 못해서

안달하는 게 바로 인간의 어리석음이 아닌가 싶었다.

마지막으로 죽음이라는 슬픔과 상실감에 대처하는 슬기로운 자세를 언급하는데

세월호 사건으로 상처받은 많은 사람들에게 나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전체적으로 저자가 스님이다 보니 불교적인 색채가 진하게 묻어 나왔다.

불교가 지향하는 해탈에 이른 삶은 우리가 가진 욕망과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인데

평범한 범인들이 그럴 수 있기는 결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마음의 평화를 얻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어떻게 다뤄야하는지는

늘 필요한 가르침인데 이 책은 꼭 필요한 가르침을 적절하고 풍부한 사례를 통해 잘 알려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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