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두 남자가 수상하다
손선영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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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음도 제대로 안 되는 반지하 빌라 옆방의 두 남자가 은행강도를 모의하는 소리를 듣고

경찰에 신고했다 오해였음이 밝혀져 서로 안면을 트게 된 장수정과 이웃집 두 남자

오현리, 손선영은 동네에서 연이어 발생한 고양이들의 죽음에 의문을 갖고 의기투합하여

살묘범을 찾기 위한 조사를 시작하는데...

 

'세종특별수사대 시아이애이'를 역사 팩션의 재미를 선보였던 손선영 작가의 신작인 이 책은 

코믹한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코지 미스터리의 밑그림을 깐 상태에서

의외로 진지한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다.

처음에는 와카타케 나나미의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시리즈 중 '네코지마 하우스의 소동'과 바슷한

고양이 에피소드들을 다룬 한국형 코지 미스터리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작가와 동일한 이름의 추리소설가 손선영이 등장하고(이름만으론 여자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전혀 다른 외모의 남자로 등장한다) 환상의 콤비(?)라 할 수 있는 이웃집 두 남자와

털털한 장수정 사이에 벌어지는 만담같은 대화는 충분히 코지 미스터리라 단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되었지만 다른 한편인 병원에선 사회파 미스터리가 전개되고 있었다.

심장이식을 받아야 하는 야구선수 아들을 둔 양영자, 정상우 부부와 부모 모두 위급한 상황인

박성호에게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선 심장이 절실했다.

이렇게 무관해 보이던 두 사건은 고양이를 죽이는 데 쓰였던 석시콜린으로 죽은 여자가 발견되면서

물 속에 가라앉아 있던 빙산같은 무서운 범죄가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되는데...

 

구제역 발생 때 안락사를 시키기 위해 농가에 무차별로 나눠줬던 석시콜린이 사람을 죽이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첨 알게 되었는데 이 책 속에서처럼 살상용으로 사용된다면

그 결과는 정말 걷잡을 수 없을 것 같다.

세월호의 비극에서 또 한 번 확인한 것처럼 사건이 터져서야 수습하기 급급한 무능한 정부를 고려해

보면 석시콜린이 얼마나 배포되어 돌아다니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면

어떤 비극이 발생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으니 참 답답할 노릇이다.

어디선가 고양이들을 상대로 석시콜린을 사용해 살인연습을 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르니

소설 속의 얘기이기만을 바랄 수밖에.

게다가 장기밀매를 위해 벌어지는 추악한 범죄들은 영화 '공모자들'을 통해 봤던

그 이상의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물론 픽션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지만 장기이식이 절실한 사람들과 그들의 절박한 사정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범죄조직과 병원의 공모는 인간을 다른 인간을 위해 사용하고 버리는

물건에 지나지 않게 만드는 비인간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자기 가족을 살리기 위해선 남은 죽어도 상관없다는 비정한 가족이기주의가 또 한 번 등장하는데

이런 섬뜩한 사건들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은

단순히 영화나 소설 속만의 얘기로 치부할 수 없으니 씁쓸한 따름이다.

이 책은 그동안 우리 추리소설 속에선 처음인 것 같은 다양한 시도를 선보였다.

특히 결말을 밀봉한 것은 '이와 손톱' 이후 처음인 것 같았는데,

그마저도 인터넷 채팅 형식의 추리대담으로 범인을 콕 짚어 얘기해주지 않고

결정적인 단서만 제공해주는 불친절한 열린 결말을 선보이는 것도 나름의 신선함이라 할 수 있었다.

암튼 처음에 제목만 보고 예상했던 결과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추리소설이었는데

이 한 권의 책으로 다양한 실험정신을 선보인 작가의 노력도 돋보였다.

띠지에 적힌 것처럼 종합추리소설세트란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는데

수상한 이웃집 두 남자와 엉뚱한 한 여자가 활약하는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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