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견인
김비은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부잣집 공주로 세인의 관심을 받으며 자랐지만 정작 부모의 사랑은 제대로 받지 못한 스칼렛은

부모가 괴한들에 의해 살해되자 7살의 어린 나이에 고아가 된다.

부모의 유서에 따라 라이언 서더랜드가 후견인으로 지정되지만 얼마 있지 않아

유서가 조작된 것으로 밝혀지고 새로운 후견인으로 가정교사였던 테이트가 지정된다.

테이트가 데려 온 노엘과 함께 살게 된 스칼렛은

자신의 부모를 죽인 서더랜드가의 사람들을 하나씩 죽이며 복수를 시작하는데...

 

국산 장르문학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 이 책도 그런 물결에 동참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정명 작가의 '악의 추억'처럼 한국이 배경이 아니라 우리 작가의 작품이란 느낌이

그다지 들지 않았지만 나름의 짜임새 있는 흥미로운 내용을 보여준다.

먼저 설정과 등장인물들이 지금까지 봐왔던 국산 장르소설과는 뭔가 달랐다.

일곱 살에 부모를 잃고 부모의 원수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연쇄살인마가 되어야 했던

기구한 운명의 스칼렛과 그녀의 주변에서 그녀의 살인행각을 도와주는 테이트와 노엘.

그리고 스칼렛 일당에게 죽은 오스틴과 에밀리 서더랜드의 살인범을 찾기 위해 나선

17세의 소년 탐정 튜더와 그의 파트너 타일러.

그들이 서로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을 벌이면서

서로의 거리를 좁혀가는 과정이 스릴 넘치게 그려진다.

주인공들이 십대인 데다 똑같이 아픈 성장기를 겪은 인물들이기에

조금은 특이한 캐릭터로 성장한 게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할 수 있었는데

냉혹한 살인마로 전락해버린 스칼렛과 번뜩이는 두뇌로 명탐정이 된 튜더는

피할 수 없는 정면승부를 펼치게 되고 숨겨졌던 진실이 드러나면서 

예상치 못한 운명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사실 이 책의 내용은 비록 픽션이지만 아직은 우리 나라를 배경으로 하기엔 좀 무리가 있었을 것 같다.

아무리 청소년 범죄가 횡행한다 하지만 소녀 연쇄살인마라는 설정은 너무 자극적인데다

그녀의 상대 역시 소년 탐정이어서 좀 현실감이 떨어지기에 미국을 배경으로 설정한 게 아닌가 싶었다.

스칼렛과 튜더가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고 서로를 잡기 위해 점점 거리를 좁혀 가는 과정은

흥미롭게 전개되었지만 이후의 결말로 치닫는 과정은 좀 아쉬움이 남았다.

깔끔한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흐지부지 끝나는 그런 느낌을 줘서

길게 끌고 온 얘기가 용두사미로 되어 버린 느낌이다.

그럼에도 사이코패스를 넘어선 소시오패스를 등장시킨 작품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우리 장르문학에서 보기 드문 시도였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처녀작이란 점에서 앞으로 장르문학계를 선도할 좋은 작품들을 내놓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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