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걸으며 제자백가를 만나다
채한수 지음 / 김영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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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철학의 원류가 고대그리스라면 동양철학의 원류는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라 할 수 있다.

나라가 혼란스런 시대에 도탄에 빠진 민초들과 치열한 생존경쟁을 치뤄야 했던 제후들에게는

철학적인 기반이 필요했고, 때마침 공자, 노자 등 대사상가들이 등장해

다양한 정신적 기반을 제공해주었다.

이 책은 '논어', '장자', '한비자' 등 춘추전국시대에 제자백가를 대표하는 10권의 책을 선정하여 

책들 속의 주요 내용을 쉽게 풀어내어 소개하고 있다. 

 

보통 제자백가의 대표자로는 공자와 그의 책 '논어'를 손꼽는데

책에선 예상 외로 '장자'로 시작을 한다.

'장자'는 전에 읽었던 '동양의 탈무드 장자'를 통해 조금 맛을 보았는데,

이 책을 통해서도 속세를 초월한 장자의 사상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이 책에선 공자와 그의 제자들에 대한 비판을 통해

장자의 사상을 대조적으로 부각시키는 방식의 내용이 많았다.

반면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논어'는 예상 외로 이 책에서 많은 비중을 할애하지 않았고,

실려 있는 부분도 '논어' 원전보다는 '공자가어'의 내용을 많이 싣고 있어

유가를 그다지 중시하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에선 '열자', '전국책', '여씨춘추', '회남자', '안자춘추' 등 이름만 알고 있던 책들에 실려 있던

내용들이 대거 소개되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고사성어들이 등장하여 전혀 낯선 느낌이 들지 않았다.

'기우', '우공이산'이 실려 있는 '열자'도 그렇지만 

법가사상의 대표자격인 한비자의 책이 정말 뜻밖이었다.

'순망치한', '모순', '수주대토'의 원전이 바로 '한비자'였는데 법가의 엄격한 법치주의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지혜도 담고 있어 기존에 알고 있던 것과는 좀 다른 느낌이 들었다.

전국시대 국가들의 흥망성쇠와 책략가들의 권모술수들이 고스란히 담긴 '전국책'에도 '호가호위',

'어부지리' 등을 만나볼 수 있었고, 진나라 승상 여불위가 편찬한 백과사전적 책인

'여씨춘추'에선 '각주구검'을 만날 수 있었다.

 

제자백가의 사상 중에 파격적이라 할 수 있는 건 영화 '묵공'으로도 대중에게 알려진 '묵자'였다.

그 당시로선 파격적인 박애와 만민평등을 주장한 묵자는 반전론까지 주장해 당대에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사상가였지만 오히려 그 당시엔 유가에 버금가는 세력을 얻었다고 하니 정말 뜻밖이었다.

시대를 앞서갔던 사상가였던 묵가가 세상의 호응을 얻어 지배적인 사상이 되었다면

지금과 같은 세상이 조금 더 빨리 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그 밖에 '회남자'와 '안자춘추'라는 책까지 정말 다양한 책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얻어

나름 의미가 있었는데, 각 책의 주요 부분을 쉽게 옮기고 그에 대한 해설까지 실어

어렵게 생각되는 고전들을 쉽게 접할 수 있게 해준 점은 돋보였다.

다만 한 권의 책에 열 권의 고전을 다루다 보니 고전의 깊이나 의미를 충실히 담아내기엔

역시 부족해 아쉬움이 남았다.

그럼에도 제자백가들을 이렇게라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 점에서 의미가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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