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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
알랭 드 보통.존 암스트롱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9월
평점 :
알랭 드 보통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의 한 명으로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시작으로
'여행의 기술',
'불안' 등 주옥같은 에세이들을 만나봤는데, 이 책은 예술을 소재로
예술의 기능, 해석방법 등 예술의 다양한 측면을 관련 작품들을 예로 들며 설명한다.
먼저 예술의 일곱 가지 기능을 소개하는데,
기억, 희망, 슬픔, 균형 회복, 자기 이해, 성장, 감상을 들고 있다.
우리가 예술과 관계를 맺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예술이 우리를 도와 보다 더 나은 삶,
더 나은 자아로 이끌어준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인데,
예술은 우리의 심리적 취약점을 폭넓게 보완시켜주는 도구의 역할을 한다.
나쁜 기억의 교정책이자 희망의 조달자이며, 슬픔을 존엄화하는 원천이며,
균형추 역할을 하고, 자기 이해로 이끄는 길잡이이자 경험을 확장시키는 길잡이,
마지막으로 감각을 깨우는 도구 노릇을 해준다.
예술작품의 의미가 사람들마다 다르게 다가오는 것은 이를 해석하는 방법의 차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책에선 기술적 해석, 정치적 해석, 역사적 해석, 충격가치 해석, 치유적 해석의 다섯 가지 방법을 가르쳐 준다.
기능과 해석 등 방법론에 대한 설명 후 사랑, 자연, 돈, 정치의 네 가지 주제를 가지고
예술의 의미에 대한 본격적인 설명을 시작한다. 이 책을 읽으며 신기했던 건
각각의 설명에 딱 맞는
예술작품들을 찾아내 적절한 설명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예술과 각 주제와의 연관성, 그 의미를 해석하는 것은 정말 해석하는 사람과 방법에 따라
천차만별이라 할 수 있는데, 적재적소에 어울리는 작품들을 발굴해
그 의미를 재조명하는 능력은 알랭 드 보통이 가진 강점이 아닌가 싶다.
예술은 우리가 어떻게 보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완전히 달라지는데
예술의 다양한 측면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
그동안 읽었던 예술에 관한 책들을 보면 대개 천편일률적인 방법과 해석으로
점철된 경우가 많은데(물론 그것조차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지만)
이 책은 정말 기존에 봤던 책들과는 뭔가 다른 책이라 할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예술작품의 전시와 관련해 보면, 보통 시대, 작가 등으로 작품을 전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에선 독특하게 주제별 전시법을 제시한다. 그만큼 이 책은 예술에 대한 접근법을
기존의 방법에서 탈피해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안목을 길러주었다.
다만 올 컬러 양장판이다 보니 가격이 비싸 소장용이 아니면
쉽게 접하기가 어려운 책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림을 컬러로 실은 책들이 모두 마찬가지지만
대중들이 가까이하기엔 가격이 비싼 게 늘 아쉬운 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도 양장판과는 별도로 보급판을 만들어보는 게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