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D현경 시리즈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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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현경의 홍보담당관 미카미는 교통사고를 낸 임산부의 실명 공개 문제로

 

기자들과 서로 양보없는 대결을 벌이던 중 경찰청장이 14년 전 발생한 여아 유괴살인사건의

 

피해자 가족을 방문하겠다고 하자 그 아버지를 설득하는 임무를 맡지만 단칼에 거절을 당한다.

 

뼛속까지 형사인 그가 경무부 소속의 홍보담당관을 하기엔 몸에 안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만사가 불편한데 아직도 미해결인 14년 전 사건을 빌미로 청장의 시찰에 본청의 커다란 음모가

 

숨겨져 있음을 알게 된 미카미는 형사부와 경무부의 한판 대결 속에서 어쩔 줄을 모르는데...

 

2013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2013년 '일본 서점 대상' 2위에 빛나는 이 작품은

 

일본 경찰의 속사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경찰소설 전문가인 요코야마 히데오가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서 만들어낸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는데 경찰 내부에서 벌어지는 알력과 갈등을 속속들이 그려내어

 

그가 전직 경찰이라고 해도 이 정도의 작품을 만들어내진 못할 것 같았다.

 

사실 이 책은 전형적인 미스터리물이라기보단 말 그대로 경찰소설이었다.

주인공인 미카미는 14년 전 사건인 '64'에도 직접 참여한 데다 자신의 딸이

 

아버지를 닮은 외모를 비관해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다 가출하여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라

 

마음이 착잡한 상태에서 홍보담당관이란 대언론 담당 직책을 맡고 있는 관계로

 

사사건건 기자들과 대립하여 피곤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중 '64' 사건에 커다란 비밀이 숨겨져 있음을 알고

 

이를 둘러싸고 형사부와 경무부가 극한대결을 벌이자 중간에서 난처한 입장에 빠진다.

 

홍보실 소속이란 전과로 인해 늘 불만이던 미카미는 딸의 행방을 찾는데

 

경무부장의 도움을 받은 관계로 어쩔 수 없이 청장 시찰 문제와 언론사와의 갈등 문제를

 

상사들의 뜻대로 처리하던 와중에 형사부장 자리를 뺏길 위기에 처한 형사부 소속 형사들의

 

격렬한 저항이 이어지고 청장 시찰 하루 전에 14년 전 유괴사건도 동일 수법의 사건이 발생하는데... 

 

이 책의 묘미는 경찰과 경찰, 경찰과 기자들의 갈등과 해소과정을 사실감 넘치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언론과의 관계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었는데,

 

실명 공개 문제로 한 번 틀어진 관계는 쉽게 회복이 되지 않는다.

 

경찰과 기자들이 계속 티격대격하는 모습은 아기자기한 재미(?)를 선사했는데,

 

정작 심각한 것은 경찰 내부의 대립이었다. 본청과 지방간의 알력,

 

경무부와 형사부의 갈등은 조직이라면 어디에든 있을 법한 대립의 수준을 초월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형사와 비형사간의 보이지 않는 자존심 싸움까지 총체적인 문제들이 등장하는데

 

그 사이에 애매한 입장인 미카미가 갈등의 틈바구니 속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모습이

 

정말 흥미로웠다. 내가 그런 입장에 처한다면 정말 견디기 힘들 것 같은데 미카미는 나름의 소신을

 

가지고 행동했기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음에도 원만한 해결에 도달하지 않았나 싶다.

 

요코야마 히데오의 책은 '얼굴' 이후 두 번째였는데,

 

이 책은 너무 압도적인 힘을 가진 소설이라 설 연휴에 푹 빠져 읽을 수 있었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전형적인 미스터리물은 아니어서 본격 미스터리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지만 경찰소설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걸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미스터리 측면에서도 14년 전 사건과 동일한 수법의 사건이 발생하면서 두 사건 사이의 묘한 관계가

 

드러나는데, 범인을 잡기 위한 집념이 결국 숨어 있던 범인을 세상으로 끌어낸 게 아닌가 싶었다.

 

사건을 포기하지 않는 한 어떻게든 범인을 잡을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작품이었는데,

 

수많은 미해결 사건들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면

 

언젠간 해결될 수 있다는 희망을 선사한 작품이었다.

 

그리고 보통 미스터리 작품은 사건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데 이 책에선 사건보단 경찰과 피해자,

 

기자 등 사람이 중심이 되어 그들이 사건을 통해 겪는 애환을 진솔하게 담아내지 않았나 싶다.

 

이미 여러 상들을 수상한 작품이라 더 이상 얘기하는 게 사족이겠지만

 

경찰소설의 진수가 뭔지를 제대로 보여준 작품이었는데

 

아직까지 읽지 않은 요코야마 히데오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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