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커 스트리트 살인
아서 코넌 도일 외 지음, 마틴 H. 그린버그 외 엮음, 정태원 옮김 / 단숨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홈즈가 활동을 시작한 지 벌써 200년이 훌쩍 넘어섰지만 그는 여전히 현역이다.

그를 은퇴시키지 않고 계속 활동하게 만드는 건 그를 세상에 내놓은

코넌 도일이 아닌 그의 팬들을 자청하는 셜로키언들이다.

'베이커가의 셜록 홈즈'처럼 아예 셜록 홈즈를 실존 인물처럼 다루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홈즈를 주인공으로 후배 작가들이 내놓은 '셜록 홈즈 미공개 사건집' 같은 여러 작품은 물론

심지어 국내 작가가 내놓은 '홈즈가 보낸 편지'까지

그동안 숱한 셜록 홈즈의 패스티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이 책도 역시 영미권의 최고 미스터리 작가 11명이 모여 그들이 사랑해 마지 않는 셜록 홈즈를

주인공으로 한 11편의 단편을 선보이는데 명탐정의 표본인 셜록 홈즈를

작가들 개성에 맞게 다양하게 요리한 색다른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11편의 작품에서 셜록 홈즈는 여전히 그의 단짝 왓슨과 함께

전성기 못지 않는 사건 해결능력을 발휘한다.

사실 11명의 작가 중에 내가 아는 작가가 없어서 그런지 솔직히 작가 명성에 따른

작품의 재미가 배가 되진 않았지만 작품마다 뭔가 좀 다른 색다른 느낌이 있었다.

기존에 만났던 패스티시 작품들에 비하면 약간 가벼운 듯한 느낌이 없지 않았지만

나름의 아기자기한 재미는 있었다. 셜록 홈즈의 숙적 모리아티를 은연 중에 등장시킨

'피 묻지 않은 양말  사건', 유일하게 왓슨이나 홈즈가 아닌 제3자가 화자인 '홈스를 태운 마차' 등

독특한 개성이 담긴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홈즈가 등장하는 총 60편의 원전과는 아무래도 느낌이 달랐다.

홈즈와 왓슨이라는 두 캐릭터를 가지고 후배 작가들이 새롭게 탄생시킨 얘기들은

원작자의 작품들과는 달리 조금은 밋밋한 느낌이 없진 않았는데, 역시 부모가 자식을 가장 알듯이

아무리 다른 사람이 남의 자식을 예뻐해도 친부모만큼은 못하다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래서 아마 애거서 크리스티가 자신의 귀여운(?) 포와로를 다른 작가가 이용하지 못하도록 

스스로 그를 죽게 만든 게 아닌가 싶다. 코넌 도일도 '마지막 사건'에서 홈즈를 없애려고 했으나

독자들의 빗발치는 항의를 이겨내지 못하고 그를 부활시켰으니 홈즈가 아직까지 생존하고 있는 게

결국 그를 사랑한 독자들의 힘이 아닌가 싶다.

 

이 책에는 11편의 단편 외에도 코넌 도일이 직접 셜록 홈즈에 대해 쓴 에세이를 비롯한

3편의 에세이가 실려 있어 더욱 뜻깊었다. 코넌 도일에게 셜록 홈즈는 자신의 이름을 길이길이 남게

만들어준 캐릭터지만 한편으론 자신의 능력이 셜록 홈즈에 묻히는 것을 그리 좋아하진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탄생시킨 주인공은 문학 역사상 그 어떤 캐릭터보다 유명세와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했기에 코넌 도일의 셜록 홈즈에 대한 감정은 어찌 보면 배부른 질투심에 지나지 않을 것 같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서도 여러 고유명사가 등재되어 있고 여러 작품이 단어 사용례로 인용되고

있으니 셜록 홈즈의 영향력은 과히 엄청나다 할 수 있었다.

마침 셜록 홈즈의 캐릭터 저작권까지 만료된 상황이라

아마 셜록 홈즈가 등장하는 작품들은 앞으로도 계속 나오지 않을까 싶다.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명탐정 셜록 홈즈의 현역 활동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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