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기념병원에서 수술 예정이던 에비게일 도른이 수술 직전에 목이 졸린 채 발견된다.
그녀의 수술을 집도하기로 되어 있던 닥터 재니로 변장했던 자가 잠깐 들락거렸다는
간호사의 증언이 있고,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과 바지, 구두를 발견하지만
범인의 정체는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지는데...
'로마 모자 미스터리', '프랑스 파우더 미스터리'에 이은 국명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인 이 책은
병원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을 멋지게 해결하는 엘러리 퀸의 명쾌한 추리를 보여준다.
앞선 두 작품에서도 '독자에의 도전'이란 형식으로 사건해결에 필요한 단서를 공정하게 제시하고
독자들에게 논리적으로 추리해서 해결해보라며 대담한 도전을 선보였던 엘러리 퀸은
이 책에서도 추리의 묘미가 뭔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닥터 재니로 위장한 자가 범인임은 충분히 짐작이 갔지만
그가 도대체 누구인지는 쉽게 짐작을 할 수 없다.
엘러리 퀸조차 에비게일 도른의 살인사건만으론 제대로 추리를 못해서 힘겨워 하는데
닥터 재니마저 똑같은 방식으로 살해당하자 사건 수사는 급물살을 타게 된다.
그리고 엘러리 퀸이 여러 가지 단서를 종합하여 추리해낸 범인은 역시나 예상밖의 인물이었다.
엘러리 퀸으로부터 도전을 받을 때마다 이번에는 꼭 당하지 않으리라 다짐을 하지만
그냥 책을 읽어선 절대 범인을 알아맞힐 수가 없음을 깨닫게 된다.
책에서 제시된 단서들을 꼼꼼히 메모하고 이를 종합하여 검토하면서 추리를 해야 정답에 가까워질 수
있을텐데 그런 시도를 하면서 책을 읽은 적은 없기에 늘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이 책에서도 엘러리 퀸은 논리적인 추리의 힘을 여실히 보여준다.
차근차근 추리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그의 논리에 승복할 수밖에 없는데,
여러 가능성들을 소거법에 따라 제외하고 남은 자가 바로 범인이었고,
다시 한 번 그가 범인임을 검증까지 했으니 확인사살까지 한 셈이다.
중간중간에 연막작전을 써서 혼란을 유도하기는 하지만
그런 낚시질에 낚이지 않는 것도 판단력이 있어야 가능한 것 같다.
이 책의 말미에 엘러리 퀸이 일본에 미친 영향에 대한 글이 실려 있는데
일본에선 국명 시리즈가 10권이란 흥미로운 사실부터 그의 영향을 받아 본격 미스터리 작가가 된
아리스가와 아리스와 노리즈키 린타로까지 엘러리 퀸에 대한 애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국명 시리즈를 세 권 읽었다. 다음 작품인 '그리스 관'과 '이집트 십자가'는
사실 이미 읽어봤기 때문에 다시 읽을지 조금 고민이 되긴 하는데
순서대로 계속 읽어나가는 것도 나름 의미 있는 시도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