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가깝지만 먼 나라'로 일본을 얘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중국도 일본에 뒤지지 않는 나라란 생각이 든다.
우리와 역사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나라지만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우리가 상국으로 모셔야 했던 나라였다.
한국전쟁에서의 악연 이후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갔지만
다시 중국이 세계 정치와 경제의 2인자 노릇을 하기 시작하면서 공생을 추구하는 관계가 되었는데,
그럼에도 서로에게 그리 좋은 감정만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 묘한 관계라 할 수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조정래 작가가 이런 미묘한 관계에 있는 중국을 배경으로
한ㆍ중ㆍ일 삼국의 다양한 인물들의 얽히고 설킨 관계를 흥미롭게 그린 이 책은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던 중국이란 나라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이 책에선 특별히 주연이 있다기보단 다양한 상황에 처한 여러 인물들을 등장시켜
중국이란 나라의 내부를 속속들이 보여준다.
굳이 중심인물을 꼽자면 중국에 진출한 종합상사의 직원 전대광을 들 수 있는데,
중국생활이 오래된 그는 중국인들의 습성에 대해 뼛속까지 파악하고 있는 듯 했다.
자신과 상관없는 일에는 무관심하고 만만디하지만
자기 잇속 차리는 일에는 콰이콰이한 중국인들은
무엇보다 돈을 좋아해서 돈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고 할 수 있었다
(물론 돈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싶지만 정도가 좀 심하다).
얼마나 돈을 좋아하면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시간도
돈과 중국어 발음이 비슷해 중국인들이 제일 좋아한다는 8에 맞춰
2008년 8월 8일 8시 8분 8초에 했다니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그리고 관계를 뜻하는 꽌시가 있느냐에 따라 사업의 승패가 좌우되는 상황도
중국이 여전히 연줄에 따라 모든 게 좌우되는 투명하지 못한 사회임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서로 꽌시를 이용해 사업을 따내려는 한일 양국 간의 치열한 경쟁이 흥미로웠는데
공무원들이나 고위 권력자들에게 로비하여 이권을 따내려는 모습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모습이라 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런 로비를 당연히 여기고 로비를 받는 자들도 대놓고 돈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우리도 이런 일에 결코 자유로울 순 없지만 최소한 은밀히 이뤄지는데 비해
당당하게 돈을 요구하고 주는 모습은 중국의 일그러진 모습이라 할 수 있었다.
중국이 G2가 될 정도로 경제성장을 이루자 각국이 세계 최대의 시장을 노리고 중국으로 진출했지만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 문화에 적응하긴 결코 쉽지 않았다.
그나마 우리는 중국어를 기본으로 하고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려고 노력하는 자세를
보이는 점에서 중국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는데
그래도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님을 잘 보여주었다.
우리와는 달리 북남남여란 말이 있을 정도로 북방남자와 남방여자가
더 이성적인 매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스스로 '런타이둬'(사람이 너무 많다)라고
입에 달고 살 정도로 자기 빼고 3억 정도는 없어져야 살기 편하겠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하는
중국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중국에 대해서 그다지 아는 게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의 속사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 책을 보면서
2, 3권에선 과연 어떤 얘기가 펼쳐질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