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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의 비극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6월
평점 :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슈헤이는 그동안 살던 집에서 고급 맨션으로 이사한다.
아내 가나미와의 행복한 새출발을 기대하며 격정적인 관계를 갖지만
피임하는 것을 깜빡하고 가나미는 임신을 하게 된다.
고급 맨션에서의 삶을 유지하려면 아이를 키울 상황이 아니었던 슈헤이는 가나미에게 중절수술을
할 것을 원하자 그때부터 가나미는 마치 귀신에 씐 것처럼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하는데...
'13계단'과 '제노사이드'로 우리나라에서도 확실한 팬층을 확보한 다카노
가즈아키의 신작인 이 책은
항상 뜨거운 감자라 할 수 있는 낙태 문제를 초자연적 현상으로 풀어내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요즘은 워낙 성문화가 개방되어 자유분방한 성생활을 하지만
문제는 원치 않은 임신으로 이어져 낙태를 하는 사례도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법률상 엄격한 요건 아래 예외적으로만 허용되는 낙태가 사실상 자유롭게 행해지는 상황이라
낙태가 범죄라는 사실조차 인식을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 책에서 슈헤이, 가나미 부부는 혼인관계 중에 임신을 하였음에도
단지 아이를 키울 경제적인 상황이 안 된다는 시원찮은 이유로 낙태를 결심한다.
사실 가나미는 그다지 낙태를 원하는 것 같지 않았지만
남편 슈헤이가 낙태를 원하자 마지못해 낙태를 하기로 하는데
이들 부부의 낙태를 막기 위해 어릴 적 가나미의 친구였던 구미의 영혼이 등장한다.
가나미가 이상증세를 보이기 시작하자 정신과 의사 이소가이는 해리성 빙의장애로 진단한다.
아이를 낳고 싶어하는 가나미의 마음에 절친한 친구였던 구미의 영혼이 쓰여
낙태수술을 거부하게 만드는데 이소가이가 정신의학적으로 설명하려 하지만
사실 여러 영화에서 봤던 초자연현상에 가까웠다. 그만큼 사실감은 떨어지는 측면이 있지만
훨씬 자극적인 내용이 전개되어 몰입도는 오히려 더 높아졌다고 할 수 있었다.
가나미의 치료를 위해 구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밝히는 과정이나
자살을 시도해 식물인간 상태가 되어 담당의사였던 이소가이를 휴직하게 만들었던
마이코의 상태변화 등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들었는데,
낙태를 원하는 사람과 아이를 얻하는 사람의 절묘한 대비를 통해
낙태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개인적으론 낙태할 일을 안 만들도록 철저한 피임교육이 우선적으로 행해져야 할 것 같고
가급적 낙태를 못하도록 만들어야겠지만, 낙태를 하지 않고 출산을 해도 무책임한 부모 밑에서
자라는 것은 또 다른 불행과 비극을 낳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무작정 낙태를 막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아 상당히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범죄는 예방이 최선이라는데 순간의 쾌락이 한 생명에게 칼을 들이대는 짓을 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명심하면서 모든 행동에 책임감을 가지도록 하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