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천 정사 화장 시리즈 1
렌조 미키히코 지음, 정미영 옮김 / 시공사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미스터리라고 하면 대부분 선혈이 낭자하는 살인사건과 이를 해결하는 탐정의 얘기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런 미스터리의 정석에서 벗어난 작품들을 간혹 만나곤 하는데

 

이런 작품들은 대부분의 작품들과는 또 다른 묘미를 보여준다.

 

이 책에도 다섯 편의 단편들이 실려 있는데, 모두 꽃을 모티브로 한 '花葬'시리즈이며

 

20세기초를 배경으로 한 사랑 이야기라는 공통점을 가진 색다른 작품들이었다.

먼저 첫 작품인 '등나무 향기'는 홍등가에서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나자

대필을 하던 남자가 용의자로 체포되어 수감 중 자살한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전혀 뜻밖의 진실이 숨겨져 있었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위해 베풀 수 있는 호의의 수준을

 

한 단계 뛰어넘는 얘기에 마음이 짠해 지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런 분위기는 다음 작품인 '도라지꽃 피는 집'에도 이어진다.

 

제대로 피어 보지도 못하고 열여섯 살에 홍등가로 팔려 간

 

소녀 스즈에의 애달픈 삶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었다.

다음으로 얽히고 설킨 두 남녀의 관계가 결국 비극으로 치닫는 '오동나무 관'과

 

사랑과 아들을 위해 엄청난 짓을 저지르는 엄마의 얘기를 담은 '흰 연꽃 사찰',

 

마지막으로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단편부분을 수상하였으며 자신의 작품을 위해

 

자신을 사랑한 여자들을 희생시키는 작가의 얘기를 그린 '회귀천 정사'까지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하나같이 애틋한 사랑 얘기 속에 숨겨진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묘한 매력을 보여주었다. 사랑을 이루지 못한 남녀가 동반자살 하는 '정사'를 다룬 얘기면서도

 

미스터리 본연의 재미에도 충실한 단편들이었는데 마치 활짝 폈던 꽃이 지는 것처럼

 

아름다움과 슬픔이 공존하는 그런 분위기의 작품들이라 할 수 있었다.

 

총 8편인 화장 시리즈의 나머지 3편은 '저녁싸리 정사'에 실려 있다는데,

 

그동안 내가 만났던 미스터리 작가들과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작가와의 첫 만남이어서 나름 의미가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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