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철학할 시간 - 소크라테스와 철학 트레킹
한석환 지음 / 유리창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소크라테스가 성인의 반열에 오르는 이유는 그의 드라마틱한 죽음에 있지 않을까 싶다.

그가 서양철학의 원조가 된 것은 물론 그의 철학의 깊이에 연유하겠지만

그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사형선고를 받고 이를 회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음에도 불의를 행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모습은 평범한 사람이 도저히 행할 수 없는 수준의 행동이기 때문이다.

말로 철학을 하는 사람은 많지만 자신의 철학을 몸소 실천에 옮긴 사람은 극히 드물어서

소크라테스가 수천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위대한 철학자로 대접을 받는 게 아는가 싶다.

이런 그의 철학은 플라톤이 남긴 여러 저서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예전에 읽은 '공병호의 고전강독 1권'을 통해 대략의 내용은 알 수 있었지만

공병호 박사의 책은 자기계발서 성격이 강해 원전을 충실히 옮긴 책이라고는 할 수 없던 중에

보다 원전에 충실하면서도 쉽게 풀어낸 이 책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책에선 '소크라테스의 변론'을 기본으로 '에우티프론', '크리톤',

'파이돈'의 내용을 엮어 소크라테스를 화자로 내용을 진행한다.

먼저 법정으로 가는 길에 에우티프론과 만나 '경건'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 얘기를 하는데,

메논과 '탁월함'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본질은 제대로 모른 채 변죽만 울리며 마치 아는 채 하는 자들을

차근차근 가르치는 소크라테스의 화법이 단연 돋보였다.

본격적인 법정 공방에서 소크라테스는 자신을 고발한 멜레토스 일당의 논거를 조목조목 반박한다.

젊은이들을 타락시키고, 국가가 인정하는 신을 믿지 않으며, 새로운 영적인 것들을 끌어들여

불법을 저지른다는 황당한 이유로 법정에 서게 된 소크라테스는 특유의 화법으로

황당한 주장들을 하나하나 무너뜨리는데, 그의 논리적인 변론은 충분히 경청할 가치가 있었다.

단지 이 책에선 소크라테스의 입장을 예수와 비교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유사한 부분도 있지만

아무래도 종교적인 문제가 관여될 수 있어 적절한 선택인지는 독자마다 판단이 다를 것 같다.

 

소크라테스에 대한 고발은 한 마디로 비판적 목소리에 대한 재갈 물리기에 다름 아니었다.

자신들을 비판하는 소크라테스가 눈엣가시와 같았던 소피스트들의 모함에 대해

소크라테스는 전혀 위축되지 않고 오로지 논리와 철학으로 반격한다.

하지만 그의 반성할(?) 줄 모르는 태도는 오히려 배심원들의 반감만 불러 일으켜 사형선고를 받는데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녀사냥식의 단죄는 엉뚱한 사람을 잡게 됨을 잘 보여주었다.

자신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이런 절체절명의 순간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어떤 짓이라도 하겠지만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독배를 든다.

탈옥을 권유하는 크리톤에게 탈옥은 불의한 일로 불의한 일을 하는 것은 영혼을 망치는 것이라 하며,

몸으로 죽는 연습은 영혼으로 사는 연습이며, 영혼을 연마하는 것임을 몸소 증명한다.

철학이 죽음의 수련이고, 죽음을 연습함으로써 더 잘 살 수 있게 됨을 보여준 철학자가

바로 소크라테스임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여전히 유효한 소크라테스의 철학의 정수를 알기 쉽게 배울 수 있는 책이었는데

'소크라테스의 변론' 등의 원전을 찾아보면 더욱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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