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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 (1disc)
정윤수 감독, 손예진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첫 눈에 끌린 인아(손예진)에게 완전히 반한 덕훈(김주혁)은
축구도 좋아하고 감정 표현에 솔직한 인아와 결혼에 골인한다.
덕훈은 잠시나마 행복한 결혼생활을 맛 보지만
인아는 덕훈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폭탄 선언을 하는데...
박현욱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이 작품은 기존의 결혼제도에 대한 도발을 시도하고 있다.
일부일처제가 거의 표준화된 상태에서 이 영화 속의 인아는 과감히 두 번 결혼을 감행한다.
물론 현실감은 확실히 떨어지지만 인아야 그렇다치고 그런 인아를 용납하는 덕훈과
인아의 세컨드 재경(주상욱)은 정말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인물들이다.
아무리 인아를 사랑하고 놓치기 싫다 해도 단순히 불륜을 용납하는 것도 아니고
결혼하는 걸 허락한다는 건 파격의 극치라 할 수 있다.
사실 일부일처제라는 제도 자체가 인간이 만들어낸 인위적인 산물임은 부정할 수 없다.
평생 한 명만 사랑하고 산다는 게 이상적일지는 몰라도 현실은 만만하지 않다.
일부다처나 일처다부나 그런 제도를 용납하지 못하는 게 인간이 특별히 윤리적이거나
고상해서가 아니고 그걸 허용한다면 대부분의 가정이 초토화될 게 뻔하기 때문에
인간 세상의 평화를 위해 일부일처제로 합의한 것에 불과하다.
생식본능 상 수컷들은 최대한 많은 암컷들에게 자신의 후손을 남기고 싶어하고,
암컷들은 가장 강한 수컷의 자식을 갖길 원한다. 이런 자연의 질서를 인간세계에서만
예외로 만들고 있기 때문에 온갖 불륜이 횡행할 수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에서 인아는 주중에는 재경과, 주말에는 덕훈과의 결혼생활을
무난히(?) 꾸려나가는 듯 하지만 아이가 생기면서 또다시 위기에 처한다.
인아야 아버지가 누구든 자기 아이니까 상관없겠지만
덕훈과 재경에겐 누구 아인지가 문제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성 개방 풍조에 따라 부성의 불확실성이 이제 남자들에게 늘 골칫거리가 될 것 같다.
심지어 결혼이란 제도 속에 들어가도 자기 아이인지 확실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기에
부계중심의 사회는 점점 붕괴되어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점점 싱글맘이 많아지면 결국 모계중심으로 사회가 재편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뭐가 좋고 나쁘고 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되는 게 더 자연스러울 것 같다.
암튼 파격적인 내용의 이 영화를 보면서 유쾌하지 못한 느낌을 받은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도덕관념이랄까, 당연히 생각하고 있는 사회적 합의를 깨뜨리는 내용이
나오기 때문인데 어떻게 보면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라 할 수 있지만 가끔은 파격적인 상상을 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물론 내가 덕훈의 입장이라면 정말 미칠 것 같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성립할 수 있으니깐...ㅋ 그래도 발칙한 상상력을 실행으로 옮겨서는 안 될 것 같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