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파일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24
최혁곤 지음 / 황금가지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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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은행원 리영민은 깨어 보니 모텔방에 여자가 죽은 채 누워 있는 것을 보고 경악하며 도망친다.

문화부 고참기자 윤순철은 편집국장인 철가면 조성철로부터 CD에 담긴 내용을 알아보라는

지시를 받고 황감독을 통해 알아보던 중 조성철이 의문의 교통사고로 죽는다.

전업킬러 미호는 의뢰인으로부터 조성철로부터 CD를 회수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지만

조성철이 죽게 되자 윤순철을 미행하기 시작한다.

신참기자 여에스더는 한국 사회 소수자 기획기사 준비 중

모텔에서 발생한 조선족 살해사건 수사에 참여하게 되는데...

 

최근 국내 작가의 미스터리, 스릴러 작품들을 계속 만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내 작가의 작품은 존재 여부 자체도 모르고 있었는데

황금가지에서 꾸준히 국내 작가의 작품들을 소개하면서 국내에도

외국 못지 않은 준수한 작품들이 나오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책의 작가 최혁곤의 경우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3'에 실렸던 '밤의 노동자2'를 통해

만난 적이 있지만 단편인지라 그리 인상에 남지 않았는데

이번에 그의 두 번째 장편인 이 책을 만나니 그의 진가를 제대로 알 수 있었다.

 

은행원, 고참 기자, 전업 킬러, 신참 기자의 시선을 번갈아 가며 사건을 정말 속도감 있게 진행시키는데,

프롤로그와 첨에 리영민이 당하는 모텔 사건을 봤을 때는

리처드 기어가 출연했던 '레드 코너'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하지만 사건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고 동영상 CD를 둘러싼 모종의 음모의 중심에는

우주그룹이라는 거대 기업이 자리잡고 있었다.

원더랜드라는 121층의 초고층 빌딩을 건축하며 그들만의 왕국을 건설하는 우주그룹은

단순한 기업을 넘어서는 또 다른 권력집단이라 할 수 있었다.

B파일의 의미가 뭘까 싶었는데 우주그룹에서 관리하는 개인정보 데이터를 분류해 놓은 것으로,

'죽음조차 이용해 먹을 가치가 없는 존재'들이 B파일로 분류되고,

잘 키워서 협박해먹을 존재들은 A파일로 분류되었다.

한 마디로 비유하자면 우수고객은 A파일로, 일반고객은 B파일로 관리하는 것인데

이렇게 사람들의 정보와 약점을 철저히 관리하여 자기들의 입맛에 맞게 이용하는 우주그룹은

조지 오웰의 '1984'에 나오는 빅 브라더라 할 수 있었고,

원더랜드는 그야말로 그들의 바벨탑이 아닐까 싶었다.

정보통신기술이 워낙 발달하다 보니까 개인정보는 물론 곳곳에 설치된 CCTV로 인해

일거수일투족이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는 상황인데, 이런 정보들을 수집, 이용하는 세력들이 생긴다면

이 책에 나오는 일들이 현실이 될 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든다.

수시로 발생하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 등을 볼 때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읽어 보니 토종 스릴러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조선족 등에 대한 차별 문제나 개인정보 보호 문제 등 시사성 있는 소재를 다루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사건 전개와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생동감 넘치는 묘사로 영화화하기 딱 좋은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원더랜드에서의 좀 어설픈(?) 대결이나 느닷없는 김정남의 등장 등 아쉬운 부분들이

없진 않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충분히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었다.

작가의 첫 작품이 'B컷'이어서 왠지 'B'시리즈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앞으로 더 멋진 스릴러 작품들로 독자들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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