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카니발 율리아 뒤랑 시리즈
안드레아스 프란츠 & 다니엘 홀베 지음, 이지혜 옮김 / 예문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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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들어 북유럽과 독일의 미스터리가 강세를 보이는 것 같다.

물론 그곳에선 이미 베스트셀러가 된 작품들이 이제야 국내에 소개되는 것이지만

그동안 영미와 일본이 양대산맥으로 대다수를 차지하던 해외 미스터리물이

이젠 유럽 본토라는 또 다른 세계로 영역을 확장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북유럽쪽은 '밀레니엄'시리즈를 비롯해 요 네스뵈 등 여러 작가들이 활발히 소개되고 있지만,

독일은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 미스터리 소설로서는 드물게

우리나라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되면서부터 주목을 끌기 시작했는데,

이 책은 독일에서 550만부의 판매량을 자랑하는 미스터리 스릴러 거장의 작품이라고 해서

나름 기대감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제목부터 백설공주와 신데렐라가 왠지 통하는 느낌이 들었다ㅎ).

 

광란의 파티 후에 강간살해된 여대생 사건을 수사하게 된 여형사 율리아 뒤랑이

과거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수사해나가는 과정과

이들의 수사과정을 비웃듯 계속 범행을 저지르는 살인마의 모습이 교차되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전체적으로 내용 자체는 다른 작품에서 흔히 보았던 성범죄자와 이를 쫓는 형사의 얘기라 할 수 있었다.

특히 북유럽쪽 미스터리 스릴러들은 성범죄를 다룬 작품들이 많았는데 이 책에서는

단순히 포르노를 넘어선 스너프 필름을 만들어 유통시키는 변태살인마가 등장한다.

나름 온갖 이상한 살인마들을 많이 만나봤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범인도 수위로는 거의 최상급이라 할 수 있었는데,

문제는 이런 얘기들이 그저 픽션에 불과한 게 아니라 실제로도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상에 사디스트가 수두룩해서 그런지 몰라도 이런 가학적인 걸 넘어서

끔찍한 것들을 즐기는 자들이 많으니 이런 걸 만들어내는 인간들이 존재하지 않는가 싶다.

범죄의 근원은 결국 인간의 일그러진 욕망과 타인을 자신과 동등한 인간이 아닌

물건처럼 취급하는 비인간성의 발로가 아닌가 싶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면 뭔가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인데 기계문명의 발달은

점점 인간을 소외시키고 인간 사이에 지켜야 할 최소한의 것마저 무시하게 만들고 있어

미래의 인류들이 살아나가야 할 환경은 결코 녹록하지 않을 것 같다.

 

이 작품은 안드레아스 프란츠의 뒤랑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으로 그의 유작이라고 한다.

그것도 그가 완성하지 못한 작품을 유족과 재단의 동의를 얻어 다니엘 홀베라는 작가가

마무리한 것인데 왠지 작품을 급하게 마무리한 느낌이 드는 것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작품 소재 자체가 자극적이어서 인내심을 갖고 읽어야 했는데,

마지막에 범인의 등장과 그의 최후는 너무 급격하게 진행되는 감이 있어서 아쉬웠다.

전체적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의 작품치고는 신선함이나 몰입도가 좀 덜 했는데

아무래도 뒤랑 시리즈 12편 중 마지막 작품을 가장 먼저 만나게 된 것도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시리즈는 순서대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동안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쌓였던

뒤랑의 사연을 제대로 모른 채 느닷없이 그녀와의 첫만남을 가졌고,

그것도 원래 작가가 완성하지 못한 걸 다른 작가가 완성하다 보니 완성도가 좀 떨어진 게 아닌가 싶다.

앞으로 출판사에서 출간 순서대로 뒤랑 시리즈를 출간할 예정이라니 차근차근 그녀의 얘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녀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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