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외전 - 이외수의 사랑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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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의 책 중 읽은 건 '장외인간''바보바보' 2권으로

그의 명성에 비하면 그다지 그의 책과 친한 편은 아니었다.

외모부터 범상치 않은 기인의 풍모를 한 이외수의 작품에는 작가 특유의 개성이 물씬 풍겨는데

'장외인간'에서도 달이 사라진 세상의 얘기를 담아내 그만의 독특한 상상력과 감성이 잘 드러났다.

공교롭게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에서는 두 개의 달이 떠 있는 설정이라

두 작품을 비교해 보면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이외수는 소설에서는 주로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흥미로운 설정의 작품들이 많은 반면,

에세이에서는 촌철살인의 날카로운 비판의식이 번득이면서도

삶에 대한 깊은 통찰력이 돋보이는 글들을 선보였다.

에세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에서는 제목만 보면 사랑 얘기만 다루고 있을 것 같지만

인생을 바라보는 작가의 태도가 잘 드러난다.

마치 선문답을 하듯 뜬금없는 질문들을 던지고 있는데

그 질문들 속에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지혜가 담겨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속담 등에 대한 재해석을 통해 요즘 세태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담겨냈고,

특유의 블랙유머로 답답한 현실에 대한 통쾌한 한 방을 날려주었다.

책 속에서 계속 존버 정신을 강조해서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존나게 버틴다는 뜻이었다.ㅋ

마치 푸시킨의 시처럼 삶이 우리를 속이는 일이 생겨도 끝까지 버텨나가는 게

바로 삶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임을 잘 보여주었다.

 

요즘은 힐링이 대세라 할 만큼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하는 글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책도 분명 그런 성격의 일환인 측면이 있지만 힐링에만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이외수 특유의 톡톡 쏘는 독설이 담겨 있어 밋밋한 느낌의 책들과는 다른 감성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책 속에는 꽃과 풀, 자연의 모습을 담은 정태련의 그림들이 실려 있는데

이 그림들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집이라 할 수 있었는데

이외수 특유의 맛깔스런 글들과 어여쁜 자연의 그림이 잘 어우러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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