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성의 증명 증명 시리즈 3부작
모리무라 세이치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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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마을에서 마을 주민들이 몰살당하는 참극이 벌어진다.

실종되었던 유일한 생존자인 소녀는 대부분의 기억을 상실한 채 푸른 옷을 입은 아저씨와

같이 있었던 것만 기억하고 더 이상의 단서가 없자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사건을 담당하는 도호쿠 경찰 소속 기타노 형사는

사망자 중 유일한 외부인인 등산객 오치 미사코에게서 사건의 실마리를 찾기 시작하는데...

 

'인간의 증명'을 통해 인간이라면 지켜야 할 최소한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줬던

모리무라 세이이치의 증명 3부작 중 하나인 이 책은 고립된 마을주민들의 몰살로 시작해서

하시로시를 지배하는 독재자 오바가문에 맞서 싸우는 야성 넘치는 아지사와의 고군분투를 보여준다.

참극의 유일한 생존자인 요리코를 입양한 보험판매원 아지사와는 등산하러 왔다가

피살된 오치 미사코의 동생 도모코를 성폭행의 위기에서 구해주면서 연인사이가 된다.

신문사 기자인 도모코와 함께 보험사기사건을 조사하던 아지사와는 오바 가문의 비리를 포착하고

이를 신문을 통해 폭로하려 하지만 도모코가 괴한들에 의해 강간살해당하는데...

 

산골마을의 참극이 발단이 된 이 책은 사실 엄청난 살인사건의 범인을 밝혀내는 것보다는

한 도시를 지배하는 가문과 그 가문에 맞서 싸우는 남자의 고독한 싸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 책에서 오바가문은 하시로시를 완전히 지배하고 있었다.

경찰을 수하 부리듯 하고 자신들의 입맛에 거슬리는 기사는 철저히 통제하는

언론통제를 통해 그들만의 왕국을 구축한 오바가문에 맞서 싸우는

과거가 묘한 남자 아지사와와 도모코의 힘겨운 투쟁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 할 수 있었다.

도모코의 죽음 이후에 아지사와는 도모코를 죽인 폭주족 일당을 찾아내지만

오바 가문의 망나니 아들이 주범이라 오히려 오바 가문이 만들어놓은 덫에 걸려 위기를 맞이한다.

결국 막다른 골목까지 내몰린 아지사와는 감춰왔던 야성을 폭발시키는데...

 

야성은 자연 또는 본능 그대로의 거친 성질을 뜻한다.

이 작품에서 사건의 발단인 산골마을 주민들의 몰살도 어찌 보면 야성이 드러난 결과라 하겠지만

마지막에 아지사와의 분노가 그야말로 제대로 된 야성의 발휘가 아닌가 싶다.

악의 축이라 할 수 있는 오바 가문의 만행에 무기력하게 당하기만 했던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야성이 표출되는 장면에서 꽉 막혔던 속이 후련해지는 느낌이 들지만 뭔가 개운치 못한 느낌도 들었다.

뜻밖인 산골마을 참사의 진실과 악의 제국 오바 가문에 대한 단죄가

그리 말끔하게 이뤄지지 않은 데다 결말이 좀 허탈한 느낌을 주니 아쉬운 맘이 들었다.

하지만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사건들을 연결시켜 몰입도가 충만한 얘기를 풀어나가는

작가의 솜씨는 이번에도 유감없이 드러난 작품이었다.

이제 증명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청춘의 증명'에선

모리무라 세이이치가 과연 어떻게 청춘을 증명해 보일 것인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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