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1 - 시대가 만든 운명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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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은 조선 후기에 나름의 족적을 남긴 인물이라 할 수 있는데

요즘 세종에 맞먹는 성군의 반열에 오른 정조와 더불어 조선 후기 개혁의 선봉에 섰지만

집권세력인 노론벽파에 막혀 원대한 꿈을 접어야 했던 인물이다.

뛰어난 능력으로 정조의 총애를 받아 승승장구하던 시절도 잠시 천주교를 믿었다는 이유로

박해를 받으며 귀양살이를 해야 헀던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정약용과 정약용 못지 않게 업적을 남긴

정약전 등 그의 형제들의 얘기를 다룬 이 책은 '조선왕 독살사건' 등으로 대중들과 친숙해진 이덕일이

다산 탄생 250주년을 기념해 낸 개정판으로, 전에 읽었던 '사도세자가 꿈꾼 나라'에서

저자가 주장한 내용과 동일한 맥락에서 정약용과 주변 인물들의 삶을 담아내고 있다.

 

1권에는 정약용의 출생에서부터 정조에게 발탁되어 활약하던 시절의 얘기를 다루고 있는데,

정약용의 인생을 논하기 위해선 그와 떼레야 뗄 수 없는 정조와의 인연을 먼저 언급해야 할 것 같다.

정약용은 아버지 영조에 의해 뒤주에서 죽었던 비운의 사도세자가 죽은 해인 임오년에 태어났다.

아버지 정재원이 생원이던 시절 영조를 만났 듯 정약용도 정조와 생원이 되면서 첫만남을 가졌다.

그 뒤 자신이 내준 과제들을 해결하는 솜씨에 반한 정조의 눈에 든 정약용은

사도세자와 묘한 인연으로 인해 더욱 정조의 신임을 받지만,

정권실세들인 노론벽파에겐 눈엣가시와 같은 존재가 되었다.

게다가 당시 남인들에게 유행이던 천주교에 연루되면서 노론벽파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1권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정약용이 암행어사, 지방관을 할 때의 얘기도 담고 있다.

이후 '목민심서'를 통해 바람직한 관리의 모습을 제시했던 정약용은

자신이 실제 임무를 수행할 때 백성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정치를 펼쳤다.

대선을 맞이하여 후보들마다 국민을 위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하지만

과연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는지 의문인데

정약용은 몸소 공직자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었다고 할 것이다.

그가 정치적으로 몰락했던 남인 집안의 인물인 점도 출세에 지장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천주교와의 깊은 인연이 그를 괴롭혔다.

한때 천주교를 믿기도 했고 그의 가족들 중에 신자들이 많다 보니(특히 조선 최초로 세례를 받은 이승훈이 그의 매형인 사실을 이 책으로 처음 알았다) 유교가 모든 걸 지배하던 세상에서

탄압을 받는 건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었다.

부모의 신주를 불태운 진산사건이 발생하자 정약용은 천주교와의 인연을 끊지만

그의 약점만 노리던 노론벽파에게 이미 그는 천주교신자라는 낙인이 찍힌 상태였다.

비교적 천주교에 관대했던 정조도 진산사건 발생 이후 천주교를 방치할 수만 없는 입장이 되었고

정조가 노론벽파에 의해 독살당한 후 본격적인 천주교 탄압이 시작되자

정약용은 귀향을 가게 되는데 그나마 목숨을 부지한 게 천만다행한 일이라 할 것이다.

 

이렇게 1권에서는 정조시대의 정약용의 삶을 보여주고 있는데

정조 사후의 그의 삶을 다룬 2권이 오히려 정약용의 진가를 드러내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현실정치에서는 탄압 받고 소외되지만 오히려 그 시간을 저술과 연구에 보내면서

명작들을 남기게 되었으니 결과론적으로는 전화위복이 된 게 아닐까 싶다.

정조와 정약용 콤비가 좀 더 오래 호흡을 맞추며 세상을 바꿔나갔으면

조선 후기 역사가 지금과 완전히 달라졌을 수도 있을 거란 아쉬움도 있지만

절망적인 시간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간 그의 위대함이

아직까지도 그를 대학자로 대접받게 만드는 힘이 아닐까 싶다.

저자의 말대로 그는 인생에서는 실패했고 역사에서는 성공한 불행한 인물이지만

그가 남긴 저작들에 담긴 정신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여러 분야에 걸친 그의 업적은 후세에 의해 정당한 평가를 받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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