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 4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22
도진기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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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문학이 아직까진 대중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황금가지에선 꾸준히 추리 스릴러 단편선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에 4권까지 선보였는데 3권을 재밌게 읽었던 관계로 이 책도 나름 기대를 했는데

다양한 스타일의 흥미로운 10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었다.

 

첫 스타트를 끊은 작품은 '순서의 문제'로 이미 그 실력을 맛보았던 도진기 작가의 작품으로

형사소송법상 일사부재리 원칙을 절묘하게 이용하는 범인과

그보다 한 수 위인 검사의 치열한 대결이 정말 흥미진진하게 펼쳐졌다.

현직 판사여서 그런지 법률적인 문제를 추리소설로 잘 녹여낸 작품이었는데

생각하지도 못한 허점을 파고드는 범인과 그런 범인의 계략을 간파하고

더 큰 함정을 파는 검사의 노련미가 돋보였던 작품이었다.

노조원들 간의 성추행 문제를 소재로 한 '그곳에 누군가 있었다'는 예상밖의 반전이 돋보였는데

언제 어디서나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줬다.

바람난 아내에 대한 서글픈 응징을 다룬 '빈 집'과 

죽은 어머니가 잃어버린 지갑의 미스터리를 다룬 '유실물'은

요즘의 세태를 잘 반영한 작품들이었고, '시장의 살인'은 전편에 수록되었던

'혈의 살인'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고구려를 배경으로 하는 역사추리물이었다.

 

학교 급식비 도난사건, 쓰레기 무단 투기 등 일상의 사건들을 해결하는 탐정의 얘기를 다룬

'오늘의 탐정'은 와카타케 나나미의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을 연상시켰고,

폐허상태인 아파트 재개발 단지에 숨어든 킬러의 얘기를 그린 '은둔자(들)',과

제천의 강변에서 연이어 발생한 익사사고 속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물뱀'은 스릴러의 묘미를 잘 보여주었다.

영화같은 반전을 선보인 'M병원의 기적'과 걸그룹 사이에서 발생한 귀고리 도난사건을 해결하는

귀여운 콤비 설록수와 김영진의 활약상을 다룬 '협찬은 아무나 받나'까지

수록된 10편 모두 작품마다의 개성이 녹아 있었다.

 

추리, 스릴러 소설의 애독자로서 우리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지는 않다. 

아직은 소설 분야에서도 비주류라 할 수 있고, 

다른 나라의 작품들에 밀려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과 같이 참신한 작품들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 

많은 작가들이 좋은 작품들을 내놓다 보면

언젠가 우리도 추리 스릴러 작품들이 주류 대접을 받을 날이 올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그 밀알이 되기에 충분하지 않았나 싶다. 

앞으로 이 책에서 만난 작가들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장르소설 마니아로서의 소소한 재미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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