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사람들 - 세계 최고의 독서가, 책 읽기의 즐거움을 말하다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강주헌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여가시간의 상당부분을 독서에 할애하는 나같은 사람에게 독서가 주는 즐거움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내가 누리는 즐거움이 제대로 된 것인지에 대해 가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방식대로의 독서가 올바른 것인지, 바람직한 독서법은 과연 무엇인지 궁금할 때가 있는데,

세계 최고의 독서가로 불리는 이 책의 저자 알베르토 망구엘이 들려주는 독서의 즐거움은

과연 무엇인지, 독서와는 뭐가 다른지 엿보기 위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여러 책을 사례로 들면서 독서와 책에 대한 흥미로운 얘기를 들려준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의 구절들이

각 챕터 시작되는 곳에서 계속 인용되고 있는데 어릴 때 그림책으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본 기억이 있지만 그런 대사들이 있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어릴 때 읽었던 대부분의 동화들이 대강의 줄거리와 막연한 이미지로만 남아 있는데,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 속 대사들을 보면

이 책들이 단순히 동화책이 아닌 것 같았다.

어른이 보기에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함축된 의미들을 담고 있어 다시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앨리스뿐만 아니라 돈키호테나 피노키오 등 어릴 때 읽은 책들의 내용이 많이 인용되고 있는데

과연 내가 읽은 적이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헤라클레이토스의 '우리는 한 권의 책을 두 번 똑같이 읽지는 않는다'는 말처럼

책은 그대로이지만 책을 읽는 사람 자체가 변하기 때문에

책에 대한 느낌이나 이해도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책들을 모두 꼭 찾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저자가 말한 그런 느낌을 받을지 궁금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독서가 창조적인 활동 중에서도 가장 인간적 활동이라 말한다.

심지어 독서하는 능력이 인간이라는 종을 정의한다고 하는데,

어떤 책의 제목처럼 호모 부커스라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 같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으로 군림하는 것은 책이라는 수단을 통해 지식을 축적하고

지혜를 전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 할 것인데 요즘 독서보다는

다른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서 안타까운 생각도 든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책에 대한 애정을 물씬 느낄 수 있었는데,

그의 말처럼 단순히 책에 새겨진 글자를 읽는 것만이 아닌 텍스트를 새롭게 재구성해

완전히 다른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이상적인 독자가 되기는 그리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알베르토 망구엘이 얘기하는 독서의 즐거움에 공감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이상적인 독자는 될지라도 애독자임은 충분히 인정할 수 있을 것 같다.

서라는 행위가 텍스트의 지배를 두고 독자와 페이지 간에 벌어지는 권력투쟁이고

이 투쟁에서 승리하는 쪽은 거의 언제나 페이지라고 저자는 말하는데,

재밌는 책은 늘 페이지가 금방 줄어들어 안타까울 정도고

어려운 책은 쉽게 넘어가지 않는 페이지가 버거우니 정말 맞는 말인 것 같다.

페이지와의 권력투쟁에선 항상 패배자여도 행복한 패배자가

바로 독서를 즐기는 사람임을 이 책을 통해 실감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도 저자처럼 항상 책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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