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37
조지 오웰 지음, 김기혁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동물농장'은 사실 TV에서 만화로 처음 접했다.

제목 그대로 동물들이 등장하는 만화였는데

돼지들이 동물농장의 폭군이 되어 휘두르는 공포정치가 흥미롭게 그려졌다.

만화를 보던 당시엔 아직 어려서 그냥 재미 위주로만 생각을 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1984'를 쓴 조지 오웰의 원작이 있었다.

빅 브라더가 지배하는 암울한 미래를 보여줬던 '1984'와 같이

이 책에서는 돼지 나폴레옹의 무자비한 독재정치가 펼쳐졌다.

 

인간의 착취와 학대 속에서 아무런 희망도 없는 고통의 나날을 보내던

동물들은 드디어 인간을 몰아내고 스스로 농장의 주인이 된다.

이는 오랜 전제정치를 끝낸 인간 세상의 혁명과 동일하다고 할 수 있는데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자신들을 괴롭히던 인간을 몰아냈으니 이제 불행 끝 행복 시작일 줄 알았지만

지도자로 나선 나폴레옹이 동물들의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이 아닌

돼지 일가를 위한 세상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흔히 나폴레옹을 스탈린에 비유하곤 하는데

나폴레옹 일당이 저지르는 만행은 인간보다 더 했으면 더 했지 결코 못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원수였던 인간과의 거래도 서슴지 않는 그들의 모습은

역겹기 그지없는 권력의 추악함이라 할 수 있었다.

인간이나 돼지나 한 번 권력의 맛을 보게 되면 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뭐든지 할 수 있음을

잘 보여준 작품인데, 이런 면을 생각한다면 권력의 분배와 통제, 감시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준 작품이라 할 것이다.

이 작품은 조지 오웰의 또 다른 대표작인 '1984'와 닮은 꼴이라 할 수 있는데

두 작품을 읽고 나니 책 속에서 그려진 세상이 결코 책 속에서만 존재하는 세상은 아님을 알게 된다.

잠시만 방심하면 나폴레옹이나 빅 브라더가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기 위한 음모를 꾸밀지도 모르니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엔 '동물농장' 외에 조지 오웰의 데뷔작인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이 수록되어 있다.

연관성만 봐서는 당연히 '동물농장'과 '1984'가 한 세트가 되어야 할 것 같지만

아마도 '동물농장'의 분량이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동물농장'과 짝이 될 만한

분량을 가진 작품을 같이 수록한 게 아닌가 싶다.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은 말 그대로 파리와 런던에서 노숙자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노숙자란 단어가 어릴 때만 해도 그다지 와닿지 않았는데

요즘은 워낙 경제도 안 좋고 어려운 사람들이 늘어나다 보니 익숙한 단어가 되고 말았다.

이 책에서도 20세기초의 파리와 런던의 노숙자들의 고단한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극빈층들의 삶은 사회의 어두운 단면이라 할 것이다.

그 당시와는 달리 요즘은 각종 사회보장제도들을 실시한다고 하지만

그런 사회안전망도 이들의 삶을 수렁에서 건져내지 못하고 있다.

당사자 스스로의 문제도 있지만 이런 사람들이 생기는 걸 그냥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근본적인 문제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조지 오웰의 작품을 세 편 읽어봤는데 그 속엔 세상에 대한 그의 날카로운 비판의식이 잘 담겨 있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그의 작품들이 고전으로 대접받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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