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들의 여인들 - 역사를 바꿔버린
엘리자베스 케리 마혼 지음, 김혜연 옮김 / 청조사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역사는 남자가 만들고 그 남자는 여자가 만든다'는 말이 있듯이

역사적 사건의 배경에는 여자가 관련된 경우가 종종 있다.

호메로스가 노래한 트로이 전쟁도 결국 헬레나라는 여자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예나 지금이나 여자를 둘러싼 남자들의 욕망과

그런 남자들을 조종하는 여자들의 전략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곤 한다.

책에선 그런 역사속의 여자들을 총정리하고 있는데 클레오파트라, 잔다르크 등

이미 대중들에게 익숙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우리가 잘 모르고 있던 여자들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총 29명의 여인들이 소개되는데 저자는 이들을 '다루기 힘든 아내들', '재기 넘치는 유혹녀들',

'싸우는 여왕들', '분투하는 숙녀들', '서부의 거친 여성들', '요염한 예술가들',

'멋진 모험가들'의 7가지로 분류하여 소개한다.

첫 번째 분류의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남자들과의 관계에서 기존의 관습에서 벗어나

독립적이고 자유분방한 여자들이 역사속에 기억될 수 있었는데 볼테르의 연인이었던

에밀리 뒤 샤틀레나 바이런의 연인이었던 레이디 캐롤라인 램은 그들의 연인들 덕에 유명세를 타지만

사실 그녀들 스스로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능력을 갖춘 여자들이었다.

'누구의 여자'라 불리기엔 안타까운 재능들을 지녔지만 그 당시에는

아무래도 더 유명했던 애인들의 여자로 치부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순종적인 전통적 여성상에서 벗어나 개성이 강하고 주체적인 여자들은 '나쁜 여자'라는 낙인을 받아

파란만장한 삶을 살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영국의 정치와 종교가 완전히 뒤흔든

헨리 8세의 두 번째 왕비 앤 불린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었다.

1차 대전 당시 스파이로 유명했던 마타 하리의 경우 팜므파탈로 명성이 높지만

이 책에서 얘기하는 그녀의 실체는 억울한 희생자라 할 수 있었다.

 

이 책에서는 대중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여성들을 많이 소개하는데

여성의 권리를 주장했던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인종차별이 만연하던 시대에

흑인여성으로서 차별에 맞서 싸웠던 아이다 B. 웰스 바넷,

인디언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힘썼던 사라 위네뮤카 등

다른 매체에서는 결코 만나기 힘든 여성들의 삶을 만나볼 수 있었다.

물론 요염한(?) 예술가로 소개된 카미유 클로델, 이사도라 덩컨, 프리다 칼로,

빌리 홀리데이는 너무 유명한 여성들이고 파란만장한 삶으로도 더 유명하지만

대다수의 여성들은 이 책에서나 접할 수 있는 인물들이 아닌가 싶었다.

이 책을 보면서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여자들의 삶이 역시 녹록하지 않았음을

다시 느끼게 되었는데 역사가 기억하는 여자들의 삶조차 행복보다는 고난과 역경에

가까운 경우가 많았으니 평범한 여자들의 삶은 더 말할 것도 없을 것 같다.

마치 남자들의 부속물 취급당하면서도 온갖 편견과 차별을 이겨내고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남긴 여자들은 대부분 남자들에 의해 악명 내지 오명을 뒤집어 쓴 경우가

많은데 이 책에선 악명이나 오명 뒤에 숨겨진 여자들의 실체를 밝혀내기 위해 나름 노력한 것 같다.

지금은 남녀간의 차별이 법적으로는 없는 세상이고(여자들은 여전히 차별을 받는다고 생각하고

남자들은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여자들도 남자들 못지않게 능력을 발휘하는

세상이지만 이런 세상이 오기까지는 많은 여자들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서 소개된 역사가 기억하는 여자들과의 만남은 의미가 있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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