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들의 죄 밀리언셀러 클럽 127
로렌스 블록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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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디라는 여자가 자신의 집에서 난자당한 채 시체로 발견되자 그녀를 죽인 범인으로 동거남인

리처드가 체포되지만 수감 중이던 리처드가 자살하자 사건은 그렇게 종결처리되고 만다.

웬디의 아버지는 경찰을 그만두고 탐정으로 일하는 매튜 스커더에게

웬디가 그동안 어떤 삶을 살았는지 조사해달라고 의뢰하고 매튜 스커더는

웬디의 죽음과 관련된 하나씩 흩어진 모자이크 조각들을 맞추기 시작하는데...

 

미국 추리작가협회로부터 그랜드 마스터상을 받은 로렌스 블록의 매튜 스커더 시리즈의 첫 편인

이 작품은 싱겁게 끝나 버린 사건을 끈질기게 파헤쳐 숨겨진 진실을 밝혀내는

매튜 스커더의 집념어린 노력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레이먼드 챈들러와 대실 해밋의 누와르적 유산과 견줄 수 있는 유일한 작가가 로렌스 블록이라는

평가처럼 이 책의 주인공 매튜 스커더는 그 첫 등장부터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뜻하지 않은 불의의 사고로 여자아이를 죽게 만든 후 경찰을 떠나 사립탐정을 하면서

외롭게 지내는 그의 모습은 전형적인 고독한 영웅의 모습이라 할 수 있었는데

로렌스 블록을 믿음을 갖고 작품을 읽는 작가 중 한 사람으로 평가한

마이클 코넬리의 분신 해리 보슈와도 비슷한 느낌의 인물이었다.

창녀로 취급받은 웬디와 그런 그녀를 죽인 범인으로 간주된 리처드 사이에 뭔가 모호한 점이 있자

매튜 스커더는 집요하게 주변 인물들에 대한 조사를 벌이며 점차 예상하지 못한 진실을 향해 접근해

나가는데 그 과정에서 역시 사람을 제대로 알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란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제목 자체가 너무 많은 암시를 하고 있어서 사실 처음부터 어떤 결말이 나올까 대충 예상을 했었는데

진실을 알고 보니 내가 잘못 넘겨짚었단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매튜 스커더와 진범의 마지막 장면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명작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을 연상시켰는데

그래도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의 범인처럼 매튜를 빈정거리진 않고 깔끔한 선택(?)을 한 점이나

(물론 끝까지 버티긴 하지만) 매튜 스커더가 그를 위해 성당에서

초를 하나 더 켰다는 사실이 조금은 다른 점이라 할 수 있었다.

좋은 부모가 된다는 게 늘 어려운 일이라 생각하지만(그래서 부모가 안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ㅎ)

이 책을 읽으니 좋은 부모는커녕 죄를 짓지 않는 부모가 되기도 쉽지 않음을 잘 알 수 있었다.

특히 사랑이란 잘못된 이름으로 아이들에게 저지르는 죄는 꼭 막아야하지 않을까 싶다.

로렌스 블록의 매튜 스카더와의 첫 만남은 왠지 오랫동안 잊고 지낸 친구와 재회한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낯설지 않으면서도 우리가 항상 기대하는 정의의 수호자의 모습을 지닌

매튜 스커더와의 만남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그가 활약하는 작품들이 순서대로 꾸준히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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