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도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대학입시에 떨어지고 나고야에 있는 집에서 탈출하기 위해 도쿄에 있는 입시학원을 다니겠다는

핑계로 무작정 도쿄로 상경한 다무라 히사오의 20대 시절의 얘기를 담은 이 책은

오쿠다 히데오 특유의 유머감각으로 1970년대말에서 1980년대말까지의 일본 사회를 그리고 있다. 얼마 전에 '건축학 개론'이라는 영화가 나와서 90년대에 대학교를 다닌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했다면

이 책은 80년대에 일본에서 20대를 보낸 사람들의 추억을 되새김질하기에 충분했다.

 

나고야 출신의 다무라 히사오는 재수를 하고 대학에 진학한다.

애당초 공부에는 별로 관심이 없던 그는 연극부에 가입하고 거기서 같은 학년인 고야마 에리와

첫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그들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기까지의 우여곡절이 아기자기하게 그려진다.

그야말로 풋풋한 첫사랑의 추억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히사오는 가정형편 등의 이유로 대학을 중퇴하고

영세한 광고대행사에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다.

거기서 정말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면서 조금씩 카피라이터로서의 실력을 쌓아가는데

시간이 지나 무능한(?) 후배들을 거느리면서 속이 썩기도 한다. 

어머니의 성화로 동향 출신의 까도녀를 만나 파란만장한 데이트도 하는데

결국 카피라이터로 성공하고 사랑하는 여자도 만나 청춘의 끝(?)인 30대를 맞이한다.

 

히사오의 20대를 압축한 이 소설을 읽으면서 과연 나의 20대는 어떠했는지 돌이켜보게 되었다.

히사오처럼 대학진학을 하면서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것까지는 비슷한데

그 이후의 삶은 영 딴판인 것 같다.

하시오가 온갖 경험을 하면서 치열한(?) 삶을 살고 있을 때 나는 편하게 공부만 한 것 같다.

물론 그나마 공부도 제대로 안 했지만 히사오처럼 20대를 돌아오면

불쑥 떠오를 추억들과 보고싶은 사람들이 그다지 생각나지 않는다는 게 안타까운 점이다.

그래도 히사오가 음악(특히 락)과 영화를 좋아해서 80년대의 인기 팝이나 락 음악과

영화들을 언급하는 부분에선 공감할 때가 더러 있었는데

역시 그 시대의 문화를 공유한다는 게 사람 사이의 거리를 가깝게 해주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에선 각 장마다 그 당시 중요한 사건들을 배경으로 언급하는데

나고야가 88년 올림픽 개최를 두고 서울과 경쟁을 벌이다 탈락한 거나 존 레논의 암살사건,

베를린 장벽의 붕괴 등 나름 중요한 사건들이 일어났던 순간의 감흥을 느낄 수 있었다.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은 비타민 주사부터 놓고 시작하는 엽기 정신과 의사인 이라부가 주인공인

'공중그네' 등과 못 말리는 운동권 과격파 아버지 때문에 괴로운 아들의 얘기를 그린 '남쪽으로 튀어',

욕망으로 일그러진 도시를 그린 '꿈의 도시'까지 하나같이 생생한 캐릭터들과

어디로 튈지 모르는 흥미로운 사건들로 읽는 내내 웃음을 선사했는데

이 책도 히사오의 좌충우돌하는 청춘을 바라보면서 미소를 짓기에 충분했다.

지나고 나니 더욱 아쉬움이 남는 싱그러운 20대로 잠시나마 돌아간 기분이 들었는데

아마 나이가 더 들면 지금의 30대도 그리운 시절이 되지 않을까 싶으니 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20대 청춘의 부러운 점은 실패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인데 일이나 사랑이나

치열하게 살았던 히사오를 통해 청춘의 아름다운 특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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