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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너머 그대에게 - 세상 속 당신을 위한 이주향의 마음 갤러리
이주향 지음 / 예담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그동안 나름 그림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된 책들을 읽으면서
처음 만날 때의 어색함이나 낯설음은 많이 사라진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그림과 절친한 관계가 된 것은 아니지만 관계라는 것이 얼마나 시간을 들여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처럼 나와 그림과의 관계도 상당히 개선된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이제 아무 때나 찾아봐도 되는 그런 편안한 사이가 되었다고 생각되지만(나만의 착각?ㅎ)
전문적인 그림서적보다는 그림을 소재로 한 에세이가 역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데
이 책은 이주향 교수가 일간 신문에 '이주향의 철학으로 그림 읽기'란
제목으로 연재했던 글들을 모은 책이어서 딱 내 입맛에 맞았다.
클림트의 혁명 같은 사랑의 표정을 담은 '다나에'로 막을 연 이 책엔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 뭉크의 '절규', 앙리 루소의 '잠자는 집시 여인',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밀레의 '만종' 등 내게도 익숙한 명작들을 소재로 한 얘기들이 다수 있어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해리포터의 거울에 비교한 샤갈의 '거울'이나 일상의 모습을 담아낸 윌리엄 퀼러 오처드슨의
'아기 도련님', 르누아르의 '빨래하는 여인들'처럼 이 책을 통해 처음 만난 작품들도 여럿 있었는데
이주향 교수의 맛깔스런 설명을 들으면서 작품을 보니 좀 더 와닿았다.
아무래도 신화나 성경 속의 얘기들을 소재로 한 그림들이 많다 보니
배경 지식이 있어야 그림을 잘 이해할 수 있는데 나름 관련된 지식들을 쌓았음에도
역시 전문가가 들려주는 얘기라 그런지 더 쏙쏙 들어왔다.
게다가 다나에를 소재로 한 클림트와 렘브란트의 작품, 메데이아를 소재로 한 세 명의 작가의 그림 등
같은 소재를 다룬 여러 작가의 그림을 나란히 소개하고 있어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었는데
특히 밀레의 '만종'을 패러디(?) 살바도르 달리의 '황혼의 격세유전'이 인상적이었다.
이 책은 '그림에, 마음을 놓다', '심리학, 명화 속으로 떠나는 따뜻한 마음여행'과 유사한 성격의
책이라 할 수 있었는데 이런 책들을 보면 그림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정화시켜 주며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좋은 도구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림에 대한 아무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보는 것보다 그림의 소재에 대한 설명과
화가나 그림의 배경이 된 사건 등에 대해 숨겨진 얘기를 들으면서
그림을 보는 게 훨씬 더 그림에 공감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주향 교수가 들려 준 그림 이야기는 일상에 지쳤던 나에게
잠시나마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편안한 휴식과 문화를 향유하는 시간을 제공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