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쁨과 슬픔 - 우리는 무엇 때문에 일을 하는가?,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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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는 사람들에게

일이란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할 것이다.

일 자체가 삶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을 삶의 도구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등

일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각자의 꿈과 희망, 자신이 처한 환경에 따라 천차만별이라 할 것인데,

최근 회사와의 관계가 삐걱거리면서 내가 하는 일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 시작하던 차에

알랭 드 보통이 얘기하는 '일의 기쁨과 슬픔'은 과연 어떠한지 알고 싶어졌다.

 

이 책에서 알랭 드 보통은 화물선, 물류, 비스킷 공장, 직업 상담, 로켓 과학, 그림, 송전 공학, 회계,

창업, 항공 산업의 10가지 부류의 일을 하는 사람들과 직접 얘기를 나누고 관찰한 결과를 기록하고 있다.

사실 알랭 드 보통이 선택한 10가지 일은 그다지 흥미를 끌 만한 일은 아니어서

왜 이런 이상한 작업을 시작했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가 선택한 10가지 일보단 대중에게 훨씬 친근한 일들이 많음에도 낯선 일들에 접근한 것은

오늘날 다수의 사람들이 막연하게 아는 직업보단

생소한 일들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음을 알려주기 위해서가 아닌가 싶었다.

고대로부터 현재까지 계속 존재하는 일이라면 대략이나마 짐작을 할 수 있지만

오늘날처럼 기하급수적으로 새로운 일이 생겨나고 기존의 일조차 세분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일 외에는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을 제대로 알긴 어렵다.

이 책에 나오는 것처럼 참치 스테이크가 식탁에 오르기까지 몰디브의 낯선 어민들부터 작업에

관여하는 수많은 사람들이나, 비스킷 공장에서 다양한 종류의 비스킷(비스킷이 크게 다섯 종류로

나뉜다나)을 만들어 소비자가 구입하기까지의 수많은 공정은 전체적인 관리를 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중간 과정에서 일을 하는 사람도 자신이 하는 일 외에는 알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다.

좋게 말하면 전문성 강화고 나쁘게 말하면 단순한 일을 반복하는 기계로 전락한 신세가 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자신이 하는 일에서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할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현대인의 숙명이 아닌가 싶다.

 

알랭 드 보통의 책을 나름 많이 읽었는데 '불안', '행복의 건축', '여행의 기술'이 여러 분야에 대한

그의 박식한 지식을 바탕으로 각 주제에 대해 다양한 접근과 고찰을 통해 생각하지 못했던 측면을

알려줬던 반면, 이 책이나 바로 전에 봤던 '공항에서 일주일을'은 순수한 에세이 성격이 짙은 책이었다.

물론 이 책에 소개된 10가지 일에 대해선 좀 더 자세히 알게 되었는데

그래도 관찰자 입장과 직접 일을 하는 사람의 입장은 천지차이일 것 같다.

겉으로 보기엔 그럴듯해 보여도 빛 좋은 개살구인 일도 있고,

화려하진 않지만 내실 있고 보람된 일도 있는 것 같다.

과연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어디에 해당할지 모르겠는데 보통 전자에 해당된다고 생각될 때가 많다.

나름 내가 하는 일에 만족을 느끼고 즐기면서 하려고 노력하는데

다른 문제로 인해 일 자체도 하기 싫어질 때가 종종 있다.

일 자체에 대한 기쁨과 슬픔도 중요하지만 일을 하는 환경(관련된 사람들이나 회사에서의 위치나

관계, 비전 등)이 일의 기쁨과 슬픔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일 외적인 요인에 휘둘리지 않고 일에만 집중하려고 마음을 다잡지만

맘처럼 쉽지 않은 게 안타까운 현실인 것 같다.

암튼 알랭 드 보통은 과연 일의 기쁨과 슬픔이 뭐라고 하는지 궁금했는데 너무 큰 기대를 했나 보다.

역시 일의 기쁨과 슬픔은 본인 스스로 체험하고

나름의 대처법을 가질 수밖에 없는 순전히 사적인 문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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