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4일 거리
요시다 슈이치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자신이 사는 동네와 리스본의 지형과 유사하다는 사실을 알고 동네 곳곳을

리스본의 지명으로 바꿔 부르며 일상의 단조로움을 이겨 내는 평범한 직장인 사유리는

직장선배인 안도 주임의 부탁으로 자신이 좋아하던 학교선배 사토시와

유명한 커플이었던 안도의 아내 아키코와 안도 주임 사이를 중재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번주는 이상하게 요시다 슈이치의 책을 두 권이나 읽게 되었다.

신작인 '하늘 모험'은 배송이 좀 늦어졌고, 이 책은 원래 구입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예산에 맞추다 보니 끼워넣기로 사게 되어서 우연찮게 요시다 슈이치 주간이 되고 말았다.

남성 작가임에도 여성 작가 못지 않은 섬세한 감정묘사가 특기인 요시다 슈이치는

이 책에서도 주인공 사유리를 통해 여자들만의 독특한(?) 감정과 행동을 잘 그려내고 있다.

 

여자들에게 인기 많은 남동생 코지에 비해 학창시절부터 별로 존재감이 없는 남자에게나 고백을

받던(그것도 어디야ㅋ) 사유리는 자신의 얘기를 하는 것보단 남의 얘기를 들어주는 스타일이었다.

안도 주임과 아키코 선배 부부 사이의 어색함을 씻어주는 그다지 내키지 않는 역할을 수행하다

직장에서 안도 주임과의 사이를 오해받기도 하고, 오랜만에 만난 사토시와 아키코의 부적절한

만남을 숨기는 알리바이 역할을 맡기도 하는 등 자신의 감정보다는 남이 이끄는 대로 끌려가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남동생 코지가 메구미와 사고를 쳐서 아이를 갖게 하자 대놓고

메구미에게 코지의 짝으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반대를 하고, 사토시와 아키코의 관계과

순조롭지 못하자 아키코의 대타(?) 역할도 기꺼이 하면서 점점 자기에게 솔직한 여자가 되는데...

 

사유리가 메구미를 반대한 이유는 잘난 코지와 어울리지 않는 평범한 여자라는 이유였지만

사실은 메구미가 자신과 똑같은 처지여서 상처를 받을까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메구미가 자신이 남자들에게 인기가 없는 이유를 10가지 제시하는데(이 책의 목차와 동일하다)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라는 제목의 영화가 떠올랐지만 대부분 싱글이기에

적합한(?) 요소들이 많아 나름 공감이 갔다.ㅋ 특히 마지막 이유인 '실수를 하지 않고 싶다'는

상처 받을까봐 두려워 용기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의 특성을 잘 대변하는 것 같았다.

메구미에게 자극을 받아 사유리도 서점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의 데이트 신청을 거절하고

실수를 예감하면서도 사토시를 만나러 도쿄행 열차에 몸을 싣는데 실수를 저지르고

우는 한이 있어도 자신의 맘이 가는 대로 행동에 옮기는 사유리의 변화된 모습이 보기 좋았다.

 

200페이지도 되지 않은 얇은 책이어서 금방 다 읽을 수 있었는데

소설 속 사유리의 모습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왠지 나도 사유리와 비슷한 스타일인 것 같은데 그동안 실수도 많이 했지만

실수가 두려워 하지 않은 일들도 많은 것 같다. 가끔씩은 가정법의 상상으로 아쉬운 기억들을

되새기곤 하지만 후회까진 하진 않았는데(자기합리화?ㅋ) 사유리의 모습을 보면서

좀 더 내 맘에 충실하게 살아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남이 싫어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내 감정엔 솔직하지 못했던 것 같은데 이젠 남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단

내 맘의 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 맘 가는 대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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