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미공개 사건집
에이드리언 코난 도일.존 딕슨 카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소설 속 주인공 중에 셜록 홈즈만큼 유명한 인물도 드물 것이다.

탐정이란 단어와 동격으로 취급될 정도이고 등장한 지 백년이 훌쩍 넘었음에도

여전히 영화와 드라마, 소설 등 각종 매체 속의 주인공으로 활약하고 있으니

그의 인기는 정말 식을 줄을 모른다고 할 수 있다.

그를 탄생시킨 코넌 도일이 셜록 홈즈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을 4편의 장편과 56편의 단편만

남겼음에도 그와 관련된 얘기는 계속 확대 재생산되는 경향이 있다.

얼마 전에 읽은 '실크 하우스의 비밀'과 같이 후대 작가가 셜록 홈즈를 주인공으로 한

유사한 스타일의 작품을 쓰는가 하면 베어링 굴드의 '베이커가의 셜록 홈즈'처럼

아예 실존 인물과 같은 전기 소설을 남기기도 한다. 다들 셜록 홈즈의 열렬한 팬들이기에

가능한 일이라 할 것인데 이 책은 셜록 홈즈와 형제(?)라 할 수 있는 코넌 도일의 막내 아들이자

코넌 도일의 유작을 관리하는 아서 코넌 도일 재단의 설립자인 에이드리언 코넌 도일과

미국 추리소설계를 대표하는 작가 중의 한 명인 딕슨 카가 힘을 모아

셜록 홈즈 시리즈에 잠깐 언급되었던 사건들을 새롭게 복구시킨 단편집이다.

 

셜록 홈즈가 등장하는 장편이나 단편들을 읽을 때마다 왓슨 박사는 지나가는 말로

여러 가지 사건들을 언급하곤 하는데 다른 작품으로 만들어진 사건들보다는 그야말로

그냥 던지는 사건들이 대부분이라 '도대체 저 사건은 뭐지' 하는 궁금증을 자아냈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 지나갈 수밖에 없었는데 이 책이 바로 그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해주었다.

총 12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기본적인 구성도 코넌 도일의 단편집 구성과 유사했다.

그렇다고 단편들의 제목을 모두 '~모험'으로 짓는 센스는 좀 맘에 안 들었지만

셜록 홈즈와 왓슨 박사 커플의 활약은 코넌 도일의 작품 못지 않았다.

 

이 책에 실린 12편의 단편을 읽다 보면 코넌 도일이 남긴 작품들의 설정이나 느낌이 많이 풍겼다.

특히 '공포의 데트퍼드의 모험'은 '얼룩 끈'의 또 다른 버전이라 할만 했고

'붉은 과부의 모험'은 '공포의 계곡'과 붕어빵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시계를 무서워하는 남자 얘기('일곱 시계의 모험')나 도박하는 밀랍 인형의 비밀,

아내에게서 도망가기 위해 묘수(?)를 쓰는 남자 얘기('하이게이트의 기적') 등 흥미로운 설정의

작품들이 있는가 하면 전형적인 밀실 트릭이 사용된 작품('밀실의 모험' 등)도 있었는데 대부분의

작품에서 누명을 쓰거나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셜록 홈즈의 미담이 그려졌다.

역시 아버지가 남긴 작품들에 정통한 코넌 도일의 아들과 추리소설의 대가인 딕슨 카의 만남은

셜록 홈즈라는 위대한 명탐정을 부활시키기에 충분하지 않았나 싶다.

원작자가 세상을 떠난 지 오래되었음에도 계속 여러 사람들의 버전을 통해 되살아나는

셜록 홈즈가 역시 인류 최고의 명탐정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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