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의 귀결 오리하라 이치 도착 시리즈 3
오리하라 이치 지음, 권일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오리하라 이치의 '도착' 시리즈의 최종판. 뒤의 해설을 보니 '도착의 오브제'란 또 다른 '도착'

시리즈가 있는 것 같은데 어떤 내용인진 모르겠지만 '도착' 시리즈와 무관하진 않는 것 같다.

암튼 '도착' 3부작의 완결편인 이 책은 '목매다는 섬'과 '감금자' 두 편으로 이뤄져 있는데

앞, 뒷면에서 각기 시작해서 중간에 봉인된 부분에서 만나는 독특한 구조로 되어 있다.

책 편집부터 독자들의 '도착'을 유발하는 묘한 구조인데 '목매다는 섬'과 '감금자' 어느 편부터

읽어도 상관이 없다고 하나 아무래도 '목매다는 섬'부터 읽는 게 더 흥미로운 독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나는 2권인 '도착의 사각'을 안 읽고 이 책을 읽었는데 순서대로 읽고 나서 이 책을 읽으면

관련된 내용이 나오는 부분에서 더 재밌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먼저 앞면에 나오는 '목매다는 섬'은 요코미조 세이시의 '옥문도'를 연상시키는 작품이었다.

'목매다는섬'으로 더 유명한 우오쓰리시마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도착한 추리소설가 야마모토

야스오는 섬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니이미 가문의 연이은 불상사가 살인사건이 아닌지 조사해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사건이 발생한 장소인 부신당에는 밀실상태에서 스님들이 죽은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심지어 부신당에서 죽은 스님들의 얘기를 담은 전래동요까지 있는 가운데 니이미 가문은

부신당에서 액막이를 하려 하지만 또다시 밀실상태에서 딸들이 의문의 죽임을 당하는데...

 

뒷면에서 시작하는 '감금자'에서도 추리소설가 야마모토 야스오가 자신이 살던 연립주택 계단을

헛디뎌 정신을 잃은 후 깨어나자 낯선 방에 감금된 상태임을 알게 된다. 자신을 감금한 사람은

자신의 열혈 팬을 자처하는 여자로 최근에 자신이 쓴 작품들이 맘에 안 든다며

자신을 위해 밀실물을 쓴다면 풀어주겠다고 하자 야마모토 야스오는 울며 겨자먹기로 새로운 작품을

시작하면서 호시탐탐 탈출할 기회를 엿보지만 뜻대로 잘 풀리지 않는데...

 

'도착의 론도'에서 서술트릭의 묘미를 선보였던 작가는 마치 서술트릭에 질린 것처럼 얘기하면서

밀실트릭을 구사할 것처럼 하지만 결국은 두 편의 단편을 통해 교묘한 서술트릭을 통해 다시 한번

독자들을 도착에 빠뜨린다. 어디까지가 '도착의 귀결'이란 책 속의 책의 얘기인지,

미묘하게 연결된 두 단편 사이의 관계의 실체는 무엇인지 헷갈리게 만드는데

마치 이러저리 꼬인 실타래처럼 한 가닥씩 풀어내려고 하면 할수록 더 엉망으로 꼬여 늪에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결국 봉인을 뜯고 나서야 대략의 감은 잡히는 듯하지만 그래도 뭔가 찜찜한

뒷맛을 남겼는데 이 책은 얼마나 텍스트를 잘 이해하느냐 하는 게 정말 중요한 작품인 것 같다.

게다가 전작들인 '도착의 론도'와 '도착의 사각'과도 나름 연결이 되어 있어 '도착의 사각'을

건너 뛰고 이 책을 읽은 나는 뭔가 놓치는 게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이 들었다.

대략 뉘앙스로 보면 '도착의 사각'의 무대가 바로 이 책의 '감금자'와 동일한 공간임을 알 수 있는데

'도착의 사각'을 꼭 찾아본 후 이 책을 읽어 보면 이번에 놓친 부분들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독자들을 '도착'의 세계에 빠지게 했던 오리하라 이치의 '도착'시리즈가 묘미는 역시 서술트릭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하는 걸 제대로 보여준 데 있지 않나 싶다. 작가 자신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야마모토 야스오의 입을 통해 나름의 고충을 토로하면서도 결코 독자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오리하라 이치의 집념이 돋보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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