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삭이는 자 2 속삭이는 자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시공사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두 번째 여자아이 살인사건의 범인에게서 간신히 살아남은 밀라는

예전에 자신이 경험했던 끔찍한 악몽에 치를 떠는 것도 잠시

세 번째 여자아이의 시체가 발견되고 그 뒤에 숨겨진 범죄에 다시 한 번 경악하게 되는데...

 

1권에서 두 명의 여자아이와 관련된 범죄를 밝혀냈던 게블러 박사와 밀라는

2권에선 폭주하는 범인의 진도에 맞춰 정신 없이 뛰어다닌다.

1권에서 정체를 드러냈던 두 명의 범죄자는 2권에 등장하는 범죄자들에 비하면 약과였다.

세 번째와 네 번째 여자아이들을 죽인 범인들은 그야말로 구제불능의 사이코 살인마들이었다.

특히 돈으로 자신이 저지른 살인을 무마시킨 재벌가 3세인 세 번째 살인마가 저지른

살인행각은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억지로 드러나는 범죄가 이 정도 수준이면

수많은 미제사건들은 물론 사건의 흔적조차 짐작 못하는 은폐된 사건들까지 생각하면

인간 세상의 범죄는 정말 끝도 없는 게 아닌가 싶은 절망감마저 안겨준다.

출세지향형인 로시 경감은 이런 살인마가 재벌가 신분이란 이유로 외부인인

게블러 박사와 밀라에게 세 번째 여아 시체가 발견된 사실을 숨기기까지 하니

권력과 돈의 힘 앞에 무기력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게블러 박사와 밀라는 포기하지 않고 이 모든 악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속삭이는 자의 정체를 조금씩 벗겨내지만 드러나는 진실은 하나같이 충격적이라 할 수 있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계속 예상 못했던 반전들이 쉴 새 없이 등장해서 쫓아가기에도 숨가빴는데

역시나 우리의 앨버트는 우리보다 몇 수는 위의 인물이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속삭이는 자와의 만남은 악마의 존재를 믿게 하기에 충분했다.

자신은 결코 손을 더럽히지 않으면서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자들을 이용해

자신의 원대한 계획을 실천하는 악마의 모습이 바로 속삭이는 자의 정체였다.

살인, 강도, 강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자들은 어떻게든 단죄를 할 수가 있겠지만

그들을 그런 범죄에 이르게 하는 배후인 속삭이는 자는 설사 체포하더라도

법의 심판대에 세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정 범죄를 실행시키는 교사범도 아니고

책임 없는 자를 이용하는 간접정범도 아니라 강학상 논의되는 정범 배후의 정범 정도로

볼 수밖에 없는데 엄밀히 말하면 여기에도 해당된다고 보기 어려울 것 같다.

억지로 엮으면 방조범으로 엮을 수 있을진 모르겠는데

그러면 사실상 주연을 조연으로 취급하는 우스운 꼴이 되고 마니

이런 속삭이는 자들을 처벌하기 위해선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연쇄살인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여럿 읽어봤지만

이 책처럼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품도 드물 것 같다. 연쇄살인범들을 '망상가형', '선교자형',

'권력추구형', '쾌락추구형'으로 구분하는 전문성은 물론 사건 하나하나가 독립된 또 하나의 얘기를

담으면서 전체적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커다란 그림을 그려내는 멋진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비록 소름끼치는 속삭이는 자와의 만남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섬뜩함을 안겨주기에

충분했지만 이런 자들과의 투쟁에서 결국은 승리하리라는 믿음이 있기에 절망에 빠질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악마들과 사투를 벌이는 수사관들과의 힘겨웠던 여정은

장르문학의 애호자인 나에겐 충분히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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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31 17: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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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31 2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