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트레크 저택 살인 사건
쓰쓰이 야스타카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일본 SF문학의 거장인 쓰쓰이 야스타카의 작품으로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 '인구조절구역'

읽은 적이 있는데 그가 쓴 몇 안 되는 추리소설 중 하나라는 이 작품을 만나면서

과연 SF의 거장은 어떤 기발한 트릭으로 독자들을 놀라게 만들까 기대를 했는데

역시나 놀랄 만한 반전을 보여주긴 한다. 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내가 가장 선호하는

본격 추리소설 스타일의 트릭이 아닌 서술트릭이었다는 사실.ㅋ

 

미술에 조예가 있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대가들의 이름 정도는 대충 알긴 한데

이 책의 배경이 되는 로트레크 저택(로트레크의 작품을 수집하여 전시하고 있어 생긴 별명)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화가 로트레크는 이 책을 통해 첨 알게 된 화가였다.

책 중간중간에 그의 작품들이 실려 있는데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받기는 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ㅎ 암튼 로트레크처럼 다쳐 키가 작지만

유명화가인 하마구치 시게키는 친구인 구도와 함께 현재 로트레크 저택의 소유자인

기우치씨의 초대로 로트레크 저택을 오랜만에 방문한다.

그곳에는 기우치씨 부부와 딸 노리코, 그녀의 동창생인 히로코와 다치하라 에리 모녀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고 세 명의 처녀는 모두 하마구치의 배우자감으로 거론되는 상황이었다.

세 명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던 하마구치가 선택을 내릴 찰나

세 명의 처녀들이 차례로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사실 범인으로 추측할 만한 사람은 어느 정도 뻔한 상태라 과연 어떤 트릭을 써서

범행을 저질렀을까 하는 부분에 관심이 갔는데 봉인을 풀고 범인이 들려주는 고백을 들으니

'이건 도대체 뭐지'하는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고 띠지에 적힌 것처럼 친절한 안내에 따라

다시 첨부터 차근차근 확인해나갈 수밖에 없었다. 중간에 봉인이 되어 있는 책은 '이와 손톱' 이후 오랜만에 만났는데 봉인을 할 만큼의 충격적인 반전을 선사한 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유명화가라도 난쟁이 남자를 여러 여자들이 좋아하는 기묘한 상황을

과연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싶었는데(물론 돈이 많다면 가능한 일이지만ㅋ)

역시나 소설은 적나라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안타까운 점은 그런 현실을 뛰어넘는 예외적인 사람들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우리가 쉽게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점인데 모든 비극은

바로 거기에서 시작되었음을 생각하면 씁쓸한 맘을 어쩔 수 없었다.

처음 책을 읽을 때는 SF거장이니 당연히 기발한 물리적 트릭을 선보일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과는 다른 트릭이 구사되어 좀 당황스런 느낌이 들었다.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와 같은 서술트릭을 구사한 작품을 만날 때마다

작가에게 속은 사실에 잠시동안 멍한 상태가 되곤 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도

똑같은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뭔가 묘한 어색함이나 이질감을 느끼면서도 그냥 술술 넘어가는

얘기에 파묻혀 그 실체가 뭔지를 제대로 고민하지 않았기에 또 당하고 말았던 것 같다.

SF계의 거장은 추리계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잘 보여준 쓰쓰이 야스타카.

그의 작품은 이제 어떤 작품이든 믿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