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서는 누가 죽였나 황금펜 클럽 Goldpen Club Novel
이상우 지음 / 청어람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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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초기의 혈족간의 피비린내 나는 권력투쟁이 끝나고 세종 시대에 들어서야

어느 정도 나라가 반석에 오르는 상황이 되지만 세종의 뒤를 이을 장자 문종이 병약한 데다

그의 동생들인 수양대군과 안평대군의 야심이 남달라 또다시 조선의 정국은

한치 앞을 내다 보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결국 왕위계승을 둘러싼 암투가 벌어지는 가운데

수양대군 일당은 계유정난을 일으켜 권력을 잡는데

이 사건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 바로 김종서라 할 것이다.

단종을 지켜줄 세력의 핵심인물인 동시에 수양대군이 권력을 잡기 위해 꼭 처치해야 해야 했던

인물인 김종서와 관련해선 워낙 많은 책과 드라마, 영화들에서 이 사건을 소재로 다루기 때문에

사실 그다지 새로운 얘기가 나오진 않고 있는데 뜬금없이 '김종서는 누가 죽였나'라는

의혹성의 제목을 단 이 책을 만나니 김종서의 죽음에 우리가 알고 있던 사실과는

다른 사실이 숨겨져 있지 않나 하는 궁금증을 자아냈다.

 

한국 추리작가계의 거목 중 한 명인 이상우 작가의 역사팩션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은

홍득희라는 산적 출신의 여걸과 김종서와의 인연을 중심으로 얘기가 펼쳐진다.

사실 제목만 보면 계유정난이 핵심 소재일 것 같지만 후반부에 가서야 본격적으로 얘기가 나오고

그 전까지는 주로 김종서가 6진 개척을 하는 와중에 홍득희와 만나

그녀와의 질긴 인연이 계속되는 얘기가 그려진다.

문신임에도 세종으로부터 북방개척의 임무를 받은 김종서는 조선 병사들에게 부모를 잃은

홍득희 남매를 돌봐주면서 홍득희와 인연을 맺게 된다.

그 와중에 양정, 송희미, 박호문 등 악질 관리들을 만나게 되지만

이들을 완전히 발본색원하지 못한 김종서는 결국 나중에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여진족들에게서 조선 백성들을 보호해야 할 관리들이 자기 사욕만 채우기 바쁘고

온갖 만행을 저지르고 있으니 나라 꼴이 제대로 돌아갈 턱이 없는데

이런 분개할 만한 현실에 고군분투하는 김종서의 모습이 이 책을 읽는 내내 등장해

감탄하면서도 안쓰러운 맘이 들었다.

심지어 호랑이와 일대일 대결을 펼치는 모습이 등장하는데

왜 그의 별명이 호랑이가 되었는지 여실히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제목과는 다르게 김종서의 북방개척과 그 와중에 인연을 맺은 홍득희와의 사연 등에

내용이 편중되었고, 김종서의 죽음에 얽힌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는 게 아닌가 기대를 했는데

별반 새로운 얘기가 펼쳐지지도 않았다. 완전 제목에 낚인 느낌이 드는 책이라 할 수 있었는데

차라리 얼마 전에 방영된 드라마 '공주의 남자'처럼 김종서와 여자 산적 홍득희와의 로맨스에만

더 집중했다면 이도 저도 아닌 작품이 되지는 않았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래도 비록 팩션이지만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김종서라는 인물의 진가를

제대로 알게 해주는 데는 기여한 작품이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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