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사냥꾼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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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세상을 떠나자 친구의 아들로부터 친구가 운영하던 헌책방 다나베 서점을 맡아줄 것을  

부탁받은 이와 씨는 주말마다 도와주러 오는 고등학생 손자 미노루 티격태격하면서도 헌책방을  

잘 꾸려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얼마 전 결혼한 마리코란 여자가 찾아와 두달 전에

자신을 따라왔던 이상한 남자의 얼굴을 기억하느냐고 물어보는데...



미야베 미유키의 단편집인 이 책은 헌책방을 배경으로 책에 얽힌 여섯 편의 소소한(?) 미스터리들이  

담겨 있다. 먼저 첫번째 단편인 '유월은 이름뿐인 달'에는 빌 밸린저의 작품 '이와 손톱'이  

중요한 단서로 사용된다. '이와 손톱'을 안 읽은 사람이라면 이 책이 어떻게 단서일지 모르겠지만  

책을 읽은(물론 상당한 시간이 지나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난 훨씬 더 흥미로웠다.

다른 단편들에서도 이와 씨가 탐정 역할을 하면서 사건들을 해결하는데

부모와 자식간에 말할 수 없었던 비밀이나 학대받는 아이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코지 미스터리 형식의 단편들이 주를 이루었고 헌책에 명함을 끼워넣는 신종 마케팅 수법이나  

완성되지 않은 본격 미스터리를 자신이 완성하겠다고 나서는 한심한 사이코 패스 등 좀 더  

충격적인 사건들도 수록되어 있었다. 단편집의 매력은 다양한 사건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인데  

헌책방과 책에 얽힌 미스터리들이 담겨 있는 책이라 더욱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나름 미미여사의 팬이라 자부를 하는데 개인적으론 '이유', '화차', '모방범' 등의 장편이  

더 맘에 드는 것 같다. 단편집은 이 책 전에 '스텝 파더 스텝' 을 읽었지만

아기자기한 재미는 있어도 각종 사회문제를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미미여사 특유의 이야기의 강렬함을 느끼기엔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무나 봐선 안 되는 부적절한 책을 따로 모아놓는 등 헌책방 경영의 모범을 보인  

이와 씨의 모습을 보면서 내 노년생활을 그려보는 기회가 된 것도 이 책의 묘미라 할 수 있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이상적인 직업은 과연 뭘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하는데  

직접 작가가 되어 멋진 얘기를 들려주는 게 이상적이겠지만 그건 상당한 능력이 요구되는 일이고  

다음으로 시도할 수 있는 게 책을 만들거나 책을 파는 일을 하는 것이다.

책을 만드려면 출판사에 취업해야 하고 책을 팔기 위해선 서점을 차려야 하는데  

모두 만만치 않은 일이라 개인적인 생각으로 도서관 사서가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아닐까 싶다.  

사실 사서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는 직업도 아니고 좋아하는 책들을

언제든지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점에서 가장 좋은 직업이 아닌가 싶은데 지금에 와서 사서가  

될 수는 없고 나중에 취미 삼아 이 책처럼 헌책방을 운영하는 것은 노후대책으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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