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의 엄지 블랙펜 클럽 20
미치오 슈스케 지음, 유은정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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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으로 아내를 잃고 딸 사요와 함께 살다 동료의 노름빚을 떠안게 된 후 사채에 손을 댄 다케자와는  

돈을 갚기 위해 사채업자의 채권추심을 맡아 채무자들을 협박하다가  

여자 채무자가 자살하자 충격을 받고 사채업자를 신고한다.  

하지만 사채업자의 소행으로 보이는 방화로 인해 딸을 잃게 된 후 소소한(?) 사기를 치며 살아가던  

다케자와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데쓰와 우연히 만나 의기투합하게 되는데...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한 미치오 슈스케의 이 책은 사채로 인해 망가진 사람들이 펼치는  

세상에 대한 유쾌한 복수극(?)을 그리는 사회파 추리소설이라 할 수 있었다.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 '화차' 가 연상되기도 했는데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들에 비하면  

이 작품은 분명 우울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이야기임에도

왠지 코믹한 캐릭터들로 인해 밝고 경쾌한 느낌이 종종 들기도 했다.

 

다케자와와 데쓰는 두 사람이 살던 아파트에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하자  

다케자와에게 보복하려는 사채업자의 소행이라 생각하고 바로 도망을 친다.  

새로 살 집을 구하러 다니던 두 사람은 우연히 소매치기를 하던 소녀 마히로를 만나게 되고  

갈 곳이 없던 마히로와 그녀의 언니 야히로, 애인 간타로까지 떠안게 되는 상황에 처한다.

이상하게 모인 다섯 사람의 동거는 예상 외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별 문제 없이 진행되지만  

다케자와는 마히로와 야히로가 바로 자신이 죽게 만든 여자의 딸들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때마침 등장한 사채업자 일당이 또 불을 지르고 마히로가 키우던 고양이 벼슬이를 처참하게 죽이자  

그냥 도망가려고 했던 다섯 명은 사채업자 일당에게 제대로 된 복수를 하기로 계획을 세우는데...

 

이후 사채업자의 근거지를 알아내기 위한 미행과 그들을 낚기 위해 도청기를 장치한 선불폰을  

싼값에 팔고 '도청 버스터즈'라는 황당한 도청기 색출업체를 가장해 사체업자들의 돈을  

빼돌릴 계획을 수행하는 아슬아슬한 과정이 펼쳐지는데 마치 영화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에서

팀을 이뤄 완벽한 사기를 치는 장면이 연상되었다.  

특히 불안불안하던 간타로가 느닷없이 공기총을 들이대며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장면 등은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하기에 충분했지만 허무한 결과와 뜻밖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미치오 슈스케와는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이후 이 책이 두번째 만남이었는데  

첫번째 만남에서도 정말 놀라운 반전을 보여줘서 이 책은 과연 어떨까 기대를 했다.  

사실 거의 마지막까지 사채업자들을 상대로 한 멋진 사기극을 벌이려다 실패하는

그런 얘기인 줄로만 최후의 반전은 거의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를 능가하는 수준이었다.  

우리의 인생이 자신이 주인공인 한편의 연극과 같다고 할 수 있는데  

우리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그런 일들로 인해 고통받고 있더라도 이 책에서처럼 고통을 치유해주는  

그런 멋들어진 쇼(?)가 벌어진다면 삶의 무게가 한결 가벼워지지 않을까 싶었다. 

이 책은 미치오 슈스케가 최근 각종 상을 휩쓸며 일본 문학계의 가장 잘 나가는 작가 중 한 명인  

이유를 여실히 보여준 작품이었는데 최근에 그의 인기를 반영하듯 여러 작품이 번역되어 나오고 있다.  

그와의 세번째 만남도 충분히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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