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명탐정 정약용 1
이수광 지음 / 산호와진주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조선 후기 대표적인 실학자 중의 한 명인 정약용이 명탐정(?)으로 활약하는 8편의 사건을 담은  

이 책은 팩트와 픽션을 넘나드는 흥미로운 얘기들을 담고 있다.  

사실 탐정이라기보단 예전에 인기있었던 '판관 포청천'과 같은 판관 역할을 하는데  

형조참의가 이렇게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줄은 처음 알았다.  

역시 최고권력자인 정조의 신임을 한 몸에 받은 결과  

수사기관과 재판기관의 실세 노릇을 한 게 아닌가 싶다.



이 책에서 언급되는 사건들은 실제 조선왕조실록이나 정약용이 지은 '흠흠신서'에 실린 사건들이라  

한다. '목민심서', '경세유표'와 더불어 정약용의 대표적인 저서인 '흠흠신서'가 형법서인 사실은  

이번에야 제대로 알게 되었는데 원님재판이란 비아냥을 듣던 조선시대의 형사소송절차가 막연히  

알던 것보다는 훨씬 엄격한 절차 속에 증거재판을 하였음을 알게 되었다.  

특히 재판절차도 요즘과 같은 합의제, 상소와 재심제도까지 있어 나름의 골격은 갖추었고  

그 당시 과학수준에서의 나름의 과학수사까지 진행해서 엉망이라 생각했던  

조선시대의 수사와 재판이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있는 게 아님을 알 수 있었다.



1권에선 총 8편의 살인사건에 대한 수사와 재판과정이 그려지는데

주로 성범죄나 불륜이 원인이 된 사건들이 많았다.  

그리고 신분사회의 특성상 양반이 노비를 폭행치사하거나 관리들의 권력남용 사건,

복수에 얽힌 사건들이 많았는데 그냥 덮어질 수 있었는 사건들이

정약용과 그 수하들의 노력으로 진실이 밝혀지고 단죄를 받게 되는 순간은 짜릿한 느낌마저 주었다.  

대명률과 경국대전이 적용되던 당시에는 부모의 원수나 간통하는 상간자들을 그 현장에서 죽이는 건

무죄지만 그 순간을 지나 복수를 하는 건 유죄이기 때문에 애매한 상황이었는데 
이에 대한 적절한  

판결을 내리는 모습을 보니 정약용을 솔로몬, 포청천과 더불어 3대 명판관으로 꼽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단순히 살인사건의 수사와 재판만 담고 있다면 딱딱한 형법이나 형소법 교과서의 판례와  

사례 공부를 하는 느낌이 들었겠지만 이 책에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그려진다.  

바로 정약용과 오작인인 남장 여자 여리와의 사랑이다.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제대로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두 사람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검률 장영달과 종사관 이여철 등 흥미로운 캐릭터들과 정조와 노론,

특히 대비 정순왕후와의 치열한 대결 속에 노비였다가 우부승지로 변신한 이정행의 음모를  

과연 정약용이 막아낼 수 있을지 2권도 충분히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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