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센트 밀리언셀러 클럽 121
스콧 터로 지음, 신예경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20여 년 전 동료 여검사의 살인 혐의를 받았다가 간신히 무죄판결을 받은 후

판사로서 승승장구한 끝에 주 대법관 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는 러스티 주 항소법원 제3지부장은

아내 바바라가 죽은 침실에 하룻동안 지키고 있다가 아들 냇이 이를 발견하게 된다.

예전 사건에서 러스티와 악연이 있던 검사 토미는 러스티의 수상한 행동에 의혹을 품고

바바라의 죽음이 자연사가 아님을 확신한 후 다시 한번 러스티를 살인죄로 기소하는데...




검사와 변호사의 치열한 변론을 거쳐 진실이 밝혀지는 미국의 법정물은 늘 짜릿한 쾌감을 준다.

아슬아슬한 법정공방도 흥미롭지만 역시 뻔뻔한 범인을 응징하는 걸 통해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하는데 배심원제도가 정착된 미국에선 영화나 드라마, 소설 등에서 자주 애용되는 장르가  

아닌가 싶다. 얼마 전에 읽었던 마이클 코넬리의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등의 작품도 법정 스릴러의  

묘미를 잘 보여주었는데 이 책을 읽으니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법정물을 제대로 보여준 것 같다.





1부에선 바바라가 죽기 18개월 전 러스티가 서기로 데리고 있던 애나와 불륜에 빠지게 되는 과정과

바바라의 죽음이 자연사가 아니란 의혹을 가지고 토미가 집요하게 사건을 파고드는 장면을 번갈아  

보여준다. 러스티의 불륜은 사회적 지위가 있는 남자들이 빠져들기 쉬운 함정이라 할 수 있었는데

판사라는 직책과 아내와 아들에 대한 죄책감 속에서도 대책없이 애나에게 빠져드는 모습이 잘  

그려졌다. 토미가 심복 짐의 도움을 받아 러스티가 바바라를 독살했다는 단서를

차근차근 수집해나가는 장면들을 통해 수사의 재미도 보여주는데 역시 이 책의 압권은  

러스티를 살인죄로 기소하고 나서 법정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법정공방이라 할 수 있다.

현직 판사를 살인죄로 기소한 충격적인 사건인데다 검사와 피고인 사이에 과거의 악연까지 있어

더욱 이목을 집중시킨 사건인데 배심원제도 하에서 어떻게 공판이 진행되는지를 정말 세밀하게  

그려냈는데 증거와 증언의 신빙성에 대해 다투는 방법 등 정말 법정스릴러의 교과서적인 모습을  

잘 보여줬다. 양측의 미묘한 신경전과 토미와 러스티의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공방전 끝에

점점 궁지에 몰리던 러스티가 간신히 탈출하는가 싶더니 예상밖의 반전을 보여준다.

사건 자체의 진행도 재밌지만 정서적으로 충격적인 건 러스티와 헤어진 애나가 러스티의 아들과  

사귄다는 점이다. 영화 '데미지'가 연상되기도 했는데(물론 상황은 좀 다르지만) 막장의 극치라  

할 수 있는 문제임에도 서양의 윤리나 정서로는 이런 관계가 수용가능하다는 게 놀라울 뿐이었다.

무엇보다 전에 사귄 남자의 아들과 애인이 되는 애나라는 여자가 정말 이해가 안 되었지만  

결국 다들 행복하다니 할 말은 없다.ㅎ





사실 러스티가 구사일생으로 살인혐의에서 벗어났던 첫 번째 사건이 계속 언급되기에

전작인 '무죄추정'을 먼저 읽고 이 책을 읽었으면 훨씬 더 러스티와 토미의 관계 등을

잘 알 수 있을 것 같은 아쉬움이 들기도 했지만 그나마 '무죄추정'을 영화로 만든

해리슨 포드가 주연으로 나왔던 '의혹'이란 영화를 예전에 봤기에(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사건의  

흐름을 이해하는데는 문제가 없었다(강렬하게 뇌리에 남아 있던 게 바로 마지막 범인의 정체가  

드러나던 장면이다ㅋ). 비록 영화를 봤지만 이 책을 읽으니 전작인 '무죄추정'도 꼭 찾아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선 첫 번째 사건이 여전히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데 정말 영화와 같은 결론인지도 궁금하다.

어찌 보면 단순한 사건임에도 법정 스릴러가 보여줄 수 있는 진수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게 해준  

이 책을 통해 스콧 터로라는 작가를 발견하게 된 것도 이 책을 통해 얻은 수확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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