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 마음을 놓다 - 다정하게 안아주는 심리치유에세이
이주은 지음 / 앨리스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쉽게 상처를 받는 연약한(?) 마음의 소유자로서 상처를 치유하고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 늘 고민을 하곤 했다. 물론 내 맘을 잘 이해해주고 다 받아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지켜야 할 게 있고 늘 투정만 부릴 수도 없는 법이니  

자구책을 추구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 대상을 책, 영화, 음악 등에서 찾곤 했다.  

진통제를 자주 맞으면 효과가 점점 떨어지는 것처럼 요즘은 기존의 위안의 대상들에서  

별로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대안으로 그림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는  

가운데 그림을 통한 심리치유 에세이인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사랑', '관계', '자아'라는 세 가지 주제하에 미술작품에 얽힌 저자의 사연들이 담겨있는데  

저자의 인생을 몰래 엿보는 느낌도 들면서 공감되는 내용의 미술작품과 사연들도 여럿 있었다.  

오귀스트 로댕의 '입맞춤'이란 작품을 소개하면서 자신의 전부를 사랑에 올인했다가 망가지고 만  

카미유 클로델의 사연과 조금 거리를 둔 채 지긋이 풍경을 바라보는 두 남녀의 모습을 담은  

리카르드 베리의 '북유럽의 여름 저녁'이란 작품을 보면서 사랑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함을  

잘 알 수 있었다. 얼굴을 베일로 덮은 채 키스를 하는 모습을 담은 르네 마그리트의 '연인'을 보면  

왠지 숨 막히는 듯한 갑갑함도 느껴지는데 사랑에는 숨쉴 수 있는 마음의 방도 필요하다는  

작가의 말에 공감이 갔다. 사랑이란 달콤한 구속을 간절히 원하면서도 정작 그런 구속을 받게 되면  

도망가고 싶어하는 게 사람의 간사한 마음이 아닐까 싶다.

사랑의 감정이 영원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보통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옅어지는 게 숙명인 것 같은데  

사랑하는 동안만이라도 감정에 충실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싶다.

 

삶에서 가장 큰 부분 중 하나가 다른 사람과의 관계라 할 수 있는데

관계라는 게 내 맘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나처럼 상처에 취약해 방어기제가 발달한 사람은  

마음의 문을 잘 열지 못하고 관계의 실패를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은데  

관계의 기본은 서로에게 솔직하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함을  

프랭크 딕시의 '고백', 월터 랭글리의 '저녁이 가면 아침이 오지만, 가슴이 무너지는구나',  

에드바르드 뭉크의 '질투' 등의 작품을 통해 잘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장에선 잃어버린 자아를 찾는 과정에 대해 얘기하는데 에드가 드가의 '기다림'처럼  

삶이 아무런 보장이 없는 불투명한 미래를 기약없이 기다리는 것같이 생각되지만  

조지 클라우센의 '들판의 작은 꽃'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하루하루를 채우는 순간들의 소중함을 발견하는 것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숨 막히는 일상에 찌들어 살면서도 마르크 샤갈의 '산책'을 보듯  

삶에 여유를 가지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이 책은 그림을 통한 심리치유 에세이란 점에서 전에 봤던  

'심리학, 명화 속으로 떠나는 따뜻한 마음여행'이란 책과 유사한 설정이라 할 수 있었는데  

심리치유보다는 에세이 측면이 더 강해서 문학작품들에 얽힌 사연을 잔잔하게 그려낸  

장영희 교수의 '문학의 숲을 거닐다' 와 더 비슷한 느낌의 책이었다.  

좀 다른 점이 있다면 문학작품들에 비해 아무래도 그림과 얽힌 사연이 거의 없다 보니  

작품 자체를 통한 공감대를 형성하기엔 좀 한계가 있었다는 아쉬움이 든다.  

역시 얼마나 비슷한 경험을 했는지가 공감하는데 있어 중요함을 여실히 깨달았다.

비록 저자처럼 그림에 애틋한 사연들을 갖고 있진 못하지만 그림에 얽힌 저자의 사연과 감상을  

읽으면서 잠시나마 책 제목처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제일 어려운 게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라고 늘 생각하곤 했는데  

이 책을 통해 그림도 좋은 마음의 치유제가 될 수 있음을 잘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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