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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젤스 플라이트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6 ㅣ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6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세계에서 제일 짧은 철도인 LA의 앤젤스 플라이트에서 흑인 인권 변호사인 하워드 일라이어스와
여자 한 명이 총에 맞은 시체로 발견되자 몇년 전의 흑인 폭동의 악몽이 떠오른 LA경찰국은
경찰관 중에 범인이 있을까봐 앙숙인 해리 보슈팀과 감찰계 형사들로 수사팀을 구성한다.
하워드 일라이어스가 경찰관들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의 변론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을 알게 된
해리 보슈는 차근차근 단서들을 수집해나가고 차츰 숨겨진 진실들이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블랙 에코'를 시작으로 해리 보슈와의 만남이 계속되면서 해리 보슈라는 캐릭터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여러 작품들을 거치면서 그의 아픈 과거나 형사로서의 외로운 투쟁, 잘 풀리지 않는 연애사를
함께 나누다 보니 현실에서의 친구 못지 않은 절친한 친구를 얻은 느낌이 든다.
전편인 '트렁크 뮤직'에서 오랫동안의 방황을 정리하고 엘리노어와 결혼에 골인하여
이제 여자문제에 있어서는 최소한 행복한 생활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물론 이미 후속 작품들을 통해 여전히 외로운 코요테 생활을 하는 걸 알고 있었지만)
역시나 그에겐 행복한 결혼생활은 허락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해리 보슈에게 정착하지 못하고 방황을 하는 엘리노어 때문에 불안한 나날을 보내던 해리 보슈는
흑인 인권 변호사가 살해당한 상당히 민감한 사건을 맡게 된다.
게다가 자신을 괴롭혀왔던 감찰계 형사들과 한 팀을 이뤄야되니 고생문이 훤한 가운데
LA 경찰국은 어떻게 해서든 흑인들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사건을 정치적으로 접근하려 하지만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해리 보슈를 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워드 일라이어스가 진행하고 있는 경찰에 대한 민사소송의 발단이 된
여아유괴사건에 의혹이 있음을 알게 된 해리 보슈는 사건을 파고들어
충격적인 진실을 밝혀내지만 사건은 결코 간단하게 끝나지 않는다.
해리 보슈 시리즈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내가 직접 경찰들의 실제 수사에 참여하여
속속들이 다 내다보는 느낌이 든다. 실제 범죄담당기자로 LA 경찰국에 출입했던
마이클 코넬리의 경험이 보다 사실감 넘치는 작품을 만든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흑인 폭동 이후의 불안한 LA의 풍경도 잘 담겨졌는데
O.J. 심슨 사건 이후 흑인 관련 사건에 경찰들이 대처하기가 훨씬 조심스러워진 상황에서
흑인 관련 사건을 전문적으로 해결해 온 흑인 인권 변호사의 살해사건은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라
할 수 있는데 LA 경찰국의 눈엣가시라 할 수 있는 해리 보슈가 이를 맡아 해결하는 건
아이러니하기도 하지만 흥미로운 설정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해리 보슈 시리즈를 읽는 재미 중 하나는 전편들에 등장했던 인물들을 계속 만날 수 있다는
점인데 '트렁크 뮤직'에서 등장했던 FBI 요원 로이 린델이 해리 보슈의 수사에 협조를 하고,
해리 보슈가 등장하지 않지만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 중 유일하게 영화화된 '블러드 워크'의
광고 간판이 소개되는 등 시리즈의 연계성을 드러내는 부분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어
전편들을 읽은 사람의 입장에서 숨겨진 재미라 할 수 있었다(이래서 시리즈는 순서대로 읽어야 한다ㅋ).
해리 보슈 시리즈의 매력은 역시 어떤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오로지 진실만을 밝히려고
고군분투하는 해리 보슈의 집념에 있지 않을까 싶다. 때로는 답답하게 여겨질 정도지만
결국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진실을 밝혀내고 범인을 응징하는 해리 보슈는
진정한 경찰의 표본이 아닐까 싶다. 얽히고 설킨 사건의 비밀을 풀어나가는 마이클 코넬리의 솜씨도
역시나 였는데 이번 작품에서 계속 삐걱대던 엘리노어와의 결혼생활은 아마 다음 작품에선
파경을 맞지 않을까 예상되지만 그런 불행한 여자관계 속에서 분명 마이클 코넬리가
해리 보슈의 새로운 짝을 선사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 막 한 작품을 읽었는데 금방 후속작에
대한 갈증을 느끼니 나도 해리 보슈에게 중독된 것이 분명한 것 같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