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에 부는 서늘한 바람 밀리언셀러 클럽 120
돈 윈슬로 지음, 전행선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대학원생이자 사립탐정 일을 하고 있는 닐은 아빠 그레이엄으로부터 호출을 받고  

그를 돌봐주는 '가문의 친구들'이 의뢰한 체이스 상원의원의 가출한 딸 앨리를 찾는 일에  

울며 겨자먹기로 나서게 된다. 상원의원 딸에 걸맞지 않는 마약, 섹스, 절도 등에 연루된 망나니(?)

앨리를 런던에서 봤다는 앨리 친구의 말을 단서로 런던에서 앨리 찾기에 나서지만  

역시나 생각대로 일이 잘 풀리진 않는데...

 

소매치기 출신의 사립탐정 닐 캐리가 등장하는 시리즈의 첫 작품인 이 책은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의 런던 버전이라 할 수 있는 상원의원의 문제아 딸인 앨리를 찾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스릴러라 할 수 있었는데 마약상이자 포주인 콜린의 손아귀에서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막가는 삶을 살던 앨리를 구출하기 위한 닐의 고군분투가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사실 가출소녀 찾기라는 소재는 어찌 보면 미스터리물의 소재로는 좀 가벼운 느낌이 들었지만  

앨리의 복잡한 사연과 정말 막막한 앨리 찾기를 귀신같이 해내는 닐의 솜씨,  

앨리를 악의 구렁텅이에서 빼내기 위해 닐의 교묘한 속임수와 콜린과 벌이는 사생결단의 혈투까지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작가의 내공이  

과연 이 작품이 데뷔작이 맞는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닐 캐리 시리즈의 첫 권답게 닐의 과거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닐의 양부라 할 수 있는 그레이엄에게 닐이 혹독한(?) 수련을 받는 모습이었다.  

범죄학 교수라 할 정도로 최고의 경지에 올라 있는 그레이엄이 자신의 기술을 하나씩 닐에게 전수하는

장면들, 특히 미행술이나 숨겨 놓은 물건 찾기, 흔적 남기지 않고 침입하기, 연기처럼 증발하기 등은  

범죄자로서도 유용한 기술이지만 탐정으로서도 유용한 기술이라 할 수 있었는데  

이런 기술들을 완벽하게 습득하는 닐의 모습을 보면 닐은 타고난 범죄자 또는 탐정이라 할 수 있었다.  

그나마 불우한 환경 속에 소매치기에 빠져들었다가 손을 씻고 전도유망한 영문학자 지망생이자  

탐정이 된 건 정말 다행스런 일이 아닌가 싶은데  

싸움과 운전에는 그다지 소질이 없는 게 흠이긴 하다.ㅋ

 

단순하고 뻔해 보였던 가출소녀 찾기는 생생한 캐릭터들과 흥미진진한 설정,  

능수능란한 글솜씨로 인해 기대 이상의 재미를 선사했다.  

처음 책 제목만 보고선 하드보일드가 아닐까 생각을 했었는데 거칠기보단 세련된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다. 아무래도 처녀작이라 좀 비약이 있는 부분들도 있었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애교로 봐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한 사람의 인생을 지켜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그 사람이 된 것 같은 같고 동질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 책을 통해 만난 닐 캐리라는 풋풋한 청년에게 묘한 호감을 느낀 건 나만이 아닐 것 같다.

특별한 재주를 가졌으면서도 너무나 인간적인 매력이 넘치는 닐 캐리가 맡게 되는  

다음 사건에도 동참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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