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나리오의 법칙 - 좋은 영화, 그저 그런 영화, 나쁜 영화에서 배우는
톰 스템플 지음, 김병철.이우석 옮김 / 시공아트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영화를 나름 많이 보는 편이지만 아직 영화를 제대로 보는 법을 익히진 못한 것 같다.

아무 생각 없이 닥치는 대로 영화를 보다 보니 그 영화가 그 영화 같고

어디에 초점을 맞춰 영화를 봐야 할지 모르겠는데  

아무래도 시나리오가 탄탄한 영화가 좋은 영화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 책은 시나리오 작법을 강의하고 있는 저자가 영화를 좋은 영화와 그저 그런 영화,

나쁜 영화의 세 개의 범주로 구분하여 영화마다의 시나리오의 장점과 단점을 분석한 책으로

시나리오를 쓰거나 공부하는 사람은 물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좋은 영화를 보는 눈을 길러주는 책이었다. 저자는 시나리오가

좋은 대표적인 영화로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제시한다.

사실 이 영화를 보긴 봤는데 너무 오래되어서 오로지 기억에 남아 있는 건 사막을 질주하는  

모습뿐이라 이 책에서 영화 장면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기억을 떠올리려고 했는데 쉽진 않았다.

다음으로 소개되는 '19번째 남자'는 그렇게 유명한 영화가 아니지만

야구를 좋아해서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는 영화인데 케빈 코스트너, 수잔 서랜던, 팀 로빈스 등  

유명 배우들도 출연하지만 저자는 이 영화의 장점이 대사를 통해 캐릭터를 잘 표현한 점을 든다.

여자 주인공 애니(수잔 서랜던)의 '나는 아구교를 믿는다'는 첫 대사로 시작하는데 이 대사  

하나만으로 애니라는 인물뿐만 아니라 영화 전체를 압축하고 있으니  

영화사상 가장 탁월한 첫 대사 중 하나라는 저자의 평가가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그 밖에 '이창', '킨제이 보고서', '이 투 마마' 등을 좋은 영화로 선정했는데

개인적으론 코엔 형제의 '파고'의 분석이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와닿았다.

 

다음으로 그저 그런 영화로 큰 인기를 끌었던 블록버스터 시리즈인 '쥬라기 공원'을 들고 있는데

스필버그 감독이 1편뿐만 아니라 속편에 이르기까지 일관성 있는 캐릭터를 만드는 데  

실패했다고 한다. 사실 화려한 CG로 볼거리를 제공하는 영화라 캐릭터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아  

전혀 인식도 못한 점인데 굳이 시나리오상 논리적으로 따지고 드니 할 말이 없었다.ㅋ

참신한 첫 편을 선보였던 '아메리칸 파이'시리즈도 속편들이 줄줄이 김빠진 모습을 보였음을  

증명(?)했다. '아라비아의 로렌스'가 되고 싶었던 영화로 '트로이', '킹 아더', '알렉산더',  

'킹덤 오브 헤븐'을 들고 있는데 공통점은 주연 배우 기용을 잘못한 사례로 러셀 크로를  

기용했으면 보다 나았을 거라 하는데 아무래도 저자가 '글래디에이터'에 큰 감명을 받았나 보다.ㅋ

 

마지막으로 나쁜 영화로는 의외의 작품들이 등장하는데 '아바타' 이전 최고의 흥행을 기록했던

'타이타닉'과 SF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스타워즈 에피소드'시리즈 등이 선정되었다.

'타이타닉'의 경우 거대한 예산을 쓴 나쁜 시나리오, 나쁜 물, 나쁜 연기, 나쁜 CGI의 영화로

필요 이상의 긴 영화라는 악평을 하며, '스타워즈 에피소드'시리즈는 

SF영화라도 용서할 수 없는 엉성한 스토리텔링과 캐릭터 설정이란 비판을 한다. 

이 책에서 분석하는 시나리오상으로만 보면 그렇게 생각될 수도 있지만 영화라는 게  

단순히 논리적인 시나리오로 좋은 영화가 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은 깜빡한 게 아닌가 싶다. 

 

이 책에서 분석하고 있는 영화들의 상당수를 봤음에도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묘사하고 있는  

장면이 확실히 연상이 되지 않아 저자의 분석에 쉽사리 공감할 수 없었던 점이 아쉬운 점이었는데

영화를 보면서 이 책을 보았다면 훨씬 공감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솔직히 이 책을 보면서 어떤 시나리오가 좋은 시나리오인지 여러 가지 기준이 제시되곤 있지만

시나리오상으로 좋은 것과 영상화되어 관객 입장에서 좋은 것이 똑같은 건 아닌 것 같다.

내가 좋게 본 영화들을 무참히 박살내는 저자의 평가가 한편으론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관객들을 너무 과대평가한 것인지 영화라는 장르를 너무 이성적인 측면에서만  

평가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잘 모르던 시나리오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조금이나마 스토리, 캐릭터나 대사, 장면 등  

시나리오의 측면에서 영화를 보는 안목이 생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앞으로 영화를 볼 땐 좀 더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