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 1 - 4月-6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이 나와 열풍을 일으키며 베스트셀러가 되었을 때

나도 언제 동참할까 고민을 했는데 600페이지 안팎의 분량에다

3권이나 되어서(앞으로 더 나올지도 모르고...)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하고

고히 모셔만 두고 있다가 추석을 앞두고 드디어 때가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 시작하기가 어렵지 책을 손에 드니까 엄청난 분량에도 불구하고

진도가 쑥쑥 잘 나갔는데 하루키의 역량은 여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오마메와 덴고라는 초등학교 동창인 두 남녀의 얘기를 번갈아가면서 진행되는 이 책은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채 서로를 그리워하는 두 사람이 겪는 특별한 얘기로 구성되어 있다.

아오마메는 여자들을 괴롭히는 남자들을 특별한 한 방으로 보내면서 자신의 허전한 마음을

머리가 약간 벗겨진 중년남자와의 섹스를 통해 해소해나가곤 했는데

스포츠 인스트럭터로 일하면서 알게 된 노부인으로부터 신흥 종교집단의 교주에게

성폭행당한 여자아이 얘기를 듣고는 교주를 처치하는 일에 협조하기로 한다.

한편 덴고는 학원 수학강사 일을 하며 틈틈이 신인상 응모 작품을 준비하던 중

잘 알던 편집자인 고마쓰에게 후카에리라는 17세 미소녀가 쓴 '공기 번데기'라는

소설의 리라이팅을 제의받고 이에 착수하여 베스트셀러로 만드는데...





첨에 제목만 보고는 조지 오웰의 명작인 '1984'의 패러디인가 싶기도 했는데

이 책의 시간적 배경이 1984년의 일본으로 일본어 9의 발음이 Q와 유사한 걸 활용하여

제목을 붙인 것 같다. 그리고 평범한(?) 1984년과는 다른 1Q84년이 등장하는데

아오마메가 사는 세상은 달이 두 개라(아오마메의 눈에만 그렇게 보이지만...)

그녀 스스로 1984년의 패러렐 월드인 1Q84에 산다고 생각한다.

요즘 각종 영화나 소설의 소재로 활용되는 평행우주론인 듯하지만 아오마메가 1984년에서

1Q84년으로 옮겨 온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평행우주론과는 좀 다른 설정이라 할 수 있었다.  

암튼 달이 두 개라는 설정은 이외수의 '장외인간'을 연상시켰는데 '장외인간'에서는

달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하지만 주인공을 제외하곤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는데 비해

이 책에선 아오마메의 눈에만 달이 두개로 보여 비슷하지만 다른 설정이라 할 수 있었다.





이 책의 두 주인공 아오마메와 덴고는 각자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

증인회 광신도였던 부모 밑에서 신앙생활을 강요받았던 아오마메는

11살때 종교를 버리면서 자유로운 몸이 되지만 외로운 삶을 살아가던 중

단짝 친구가 남편의 폭행을 못 이겨 자살하자 그 남편을 응징한다.

덴고도 NHK 수신료를 수금하러 다니는 아버지 손에 이끌려 다니는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다가 간신히 탈출하게 되지만 늘 어머니의 젖꼭지를 빠는 젊은 남자의 모습을

보는 자신의 아기 때 기억(?)에 고통을 받는다. 이렇게 고통스런 어린 시절을 보내던

두 사람은 초등학교 3,4학년때 같은 반이었는데 딱히 친하진 않았지만 손을 꼭 잡았던 일을

계기로 서로를 잊지 못하는 사이가 된다.



이렇게 묘한 인연인 두 사람은 각각 '선구'라는 종교단체가 저지르는 악랄한 행위의

피해자들과 만나게 되면서 사건은 점점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흥미로운 상태에 이르게 된다.  

하루키가 오옴진리교의 지하철 테러사건에서 이 책의 모티브를 얻은 것 같은데

이 책에 등장하는 종교단체도 인간들을 위한 종교집단이 아닌 그들을 위한 종교집단인

냄새가 물씬 풍겼다. 종교라는 게 신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지금까지 소위 신을 믿고 종교를 가진 자들이 종교을 내세워 저지른 만행들은 종교가  

결코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여실히 증명했다. 물론 종교의 긍정적인 기능을

부인하는 건 아니지만 역사속의 악행과 지금도 계속되는 독선과 각종 민폐들을 보면

각종 종교들에 맹목적인 사람들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이 책이 그런 나의 거부감을 한층 강하게 해줄 게 분명하다는 확신이 든다.ㅋ 



이 책의 매력은 역시 하루키의 매력이라고 할 것이다. 솔직히 하루키의 책의 '상실의 시대'밖에  

읽지 않았지만(그것도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특유의 섬세한 감수성이 잔뜩 묻어나고  

게다가 내가 즐겨 마지않는 미스터리 구조의 작품이라 더욱 풍덩 빠지게 될 것 같다.  

1권에선 한창 두 주인공에 얽힌 여러 가지 사연들을 풀어놓았는데 앞으론 본격적으로 '선구'라는  

종교단체와 두 주인공 아오마메와 덴고의 대결이 펼쳐지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간절히 고대하는 두 사람의 만남이 이뤄질지도

무척 궁금한데 어서 두 개의 달이 뜬 1Q84의 세계로 달려가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