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 마음으로 읽는 더클래식 고전 명작 시리즈 2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Bon 그림 / 더클래식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책이라 할 수 있는데 나도 분명 초등학생(?)때 읽은 기억이  

어렴풋이 나지만 그땐 솔직히 좀 지루하고 낯선 느낌의 동화(?)라는 인상을 받았던 것 같다.

사막에 추락한 비행기 조종사와 머나먼 별에서 온 어린 왕자가 나누는 대화는 맘에 팍 와닿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되어갈수록 그 속에 담긴 깊은 의미를 조금씩 깨닫게 되어 가니

이 책은 분명 어린이용 동화가 아닌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어쩌면 내가 어릴 때부터 순수한 동심의 소유자가 아닌 차가운 이성의 소유자라 그런지 몰라도

어릴 때에 읽을 때에도 그다지 어린 왕자의 감성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나 상자 속에 들어가 있는 양의 그림 얘기를 비롯해

마치 선문답을 하는 것 같은 어른 조종사와 어린 왕자의 대화는 어린 나에겐 별로 공감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어느 정도 나이가 먹고 삶의 반환점이 가까워지자

그들의 대화 한 마디 한 마디가 삶의 정수를 담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늘 눈에 보이는 것만 중요하게 생각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어른들의 사고방식으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것의 소중함을 말하려던 어린 왕자의 얘기는  

우리가 인생의 가치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든다.

집이나 별, 그리고 사막을 아름답게 빛내는 건 눈에 보이지 않고, 지금 보고 있는 이 모습은 껍데기에  

지나지 않으며 가장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고 마음으로 봐야 한다는 어린 왕자의 대사를 통해  

뭐가 진짜 중요한지를 모르고 살던, 눈을 멀쩡하게 뜨고도 보지 못하던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견문을 넓히기 위해 자신이 살던 소행성 B612호를 떠나 어린 왕자가 도착한 별들엔

어른 왕자의 눈엔 이상한 어른들만 살고 있었다.

어린 왕자가 만나는 왕, 허영쟁이, 술꾼, 장사꾼, 가로등 켜는 사람, 지리학자를 통해 어른들의  

적나라한 자화상이 여실히 드러나는데 어린 왕자가 만난 어른 중에 나도 있지 않나 싶어 내심 뜨끔했다.ㅋ

어린 왕자의 얘기 중에서 역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장미와 여우와의 일화였다.

어린 왕자의 별에 피어난 장미는 여러 가지 요구만 많은 상당히 까탈스런 존재였는데

어린 왕자가 떠날 때가 되자 자신의 진심을 고백한다. 사실 맘은 그러지 않으면서 괜히 자존심만  

내세우고 까칠하게 구는 왠지 여자같은 느낌이 드는 장미라 할 수 있었는데  

우리의 순진한 어린 왕자가 제대로 대처하기엔 역부족이었다.ㅋ

그리고 또 하나의 여자같은 존재인 여우는 대놓고 어린 왕자에게 자신을 길들여달라고 한다.

길들임을 통해 약속시간이 오후 4시라면 3시부터 행복해질 것이며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고,

길들인 것엔 책임을 져야한다는 여우의 말은 김춘수 시인의
'꽃'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는데

사람사이의 관계의 의미를 잘 가르쳐주는 부분이었다.



워낙 유명하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작품이라 여기저기서 일부분을 인용하는 글들은 종종  

보았지만 제대로 이 책을 다시 읽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여러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이 많지만

이번에 더클래식에서 나온 이 책은 예쁜 일러스트와 영문판까지 있어서

어린 왕자를 소장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충분히 권해줄 만한 책이었다.

자신의 별에서 까탈스런 장미를 돌보느라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을 어린 왕자를 생각하면  

조금은 안쓰러운 맘도 들지만 그게 바로 길들인 자의 행복이며 책임임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할 수  

있는데 지구별에 사는 나는 도대체 언제쯤 이를 깨닫고 실천에 옮기게 될 지 의문이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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