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소설가의 고백 - 세상의 모든 지식을 읽고 쓰는 즐거움
움베르토 에코 지음, 박혜원 옮김 / 레드박스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장미의 이름' 으로 유명한 작가이자 언어학자 등 여러 분야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움베르토 에코의  

젊은 소설가로서의 고백이 담긴 책이라 할 수 있었는데 이미 70대 후반인 저자가 '장미의 이름'을  

내놓으며 소설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기 시작한 지가 28년밖에(?) 안 된 관계로  

스스로 젊은 소설가로 칭한 게 흥미로웠다. 사실 책 제목만 봤을 때는 움베르토 에코의  

새로운 소설 또는 에세이집인 줄 알았지만 제목의 '젊은 소설가'가 본인을 지칭할 거라고는  

정말 생각도 못했는데 역시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ㅋ




70대 젊은 소설가의 고백은 사뭇 진지했다. 이미 5권의 책을 출간한 작가지만 여전히 창작 의욕을

불태우고 있음을 잘 보여줬는데 그가 글을 써나가는 과정을 여러 작품을 예로 들면서 소개하는

부분들은 솔직히 그리 쉽지 와닿지는 않았지만 창작의 과정이 결코 쉽지 않음을 잘 느낄 수 있었다.

기자들이 소설을 어떻게 쓰냐고 물으면 농담조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쓴다고 했지만

단초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해서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설계하는 작가의 창작과정은

새로운 생명을 창조하는 과정에 다름이 아니었다. 특히 '나는 어떤 학문에 대한 책이건

일종의 추리소설, 즉 어떤 종류의 성배를 찾는 탐구보고서처럼 써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라는

움베르토 에코의 말은 딱 내 취향에 맞는 얘기라 할 수 있었다.

세상의 모든 작가들이 움베르토 에코의 말을 실천에 옮겨 책을 쓴다면 나같은 사람은 물론

더 많은 사람들이 책 읽기의 재미에 푹 빠지지 않을까 싶다.



움베르토 에코는 독자들이 현실의 얘기보다 소설 속 등장인물의 얘기에 더 큰 공감을 하는 이유에

대해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는다. 현실에서 수백만명이 기아로 사망하는 상황에는 별로 불행해하지
않으면서 베르테르나 안나 카레니나의 죽음에는 크게 비통해하는데 이는 허구적 텍스트가 비록

명백히 존재하지 않는 사람과 사건에 대한 얘기지만 충분히 개연성 있는 사실이면서 우리의 인식

속에 변하지 않는 사실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 사실이란 것들이 그 진실 여부에 대해 여러

가지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것에 반해 허구적 인물들은 텍스트가 사라지지 않는 한

영구불변이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바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는데 움베르토 에코는

이를 기호학적 관점에서 잘 분석한 것 같다(물론 내가 이해하긴 쉽지 않았다ㅋ).

허구적인 인물들이 허구의 텍스트 속 불완전한 세계에서 살면서 겪는 일들을 우리도 겪을 지

모른다는 점에서 '허구적' 등장인물은 사실적 인간의 조건이 되기 때문에

우리가 허구적 등장인물에 그토록 공감하는 게 아닌가 싶다.




마지막 장에서 움베르토 에코는 궁극의 리스트라며 문학작품에 등장한 각종 리스트들을 쏟아내고

있는데 작품을 쓰기 위해선 어떤 분야를 총정리할 정도로 세밀하게 분석되고 분류된 리스트가

필요함을 알 수 있었는데 솔직히 저렇게까지 해야 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역시나 움베르토 에코의 책은 술술 읽을 수 있는 그런 만만한 책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창작의 과정 역시 나같은 보통 사람이 도전하기엔 쉽지 않은 산고의 과정임을 알

수 있었는데 책 자체는 솔직히 난해한 부분들 투성이라 이해가 어려웠다.

하지만 70대 후반임에도 스스로 젊은 소설가라 생각하며 창작의 열의를 불태우는 노작가의 열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아직도 한창 젊은 소설가에게 경의를 표하며  

앞으로도 주옥같은 작품을 계속 발표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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