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 시리즈'와는 또 다른 재미를 준 작품

살인방정식 ㅣ 살인방정식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한희선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6월

신흥 종교의 교주인 기데나 미쓰코가 열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나자

경찰은 일단 투신자살로 추정을 하지만 곧 이어 새로 교주 자리를 물려받은 그녀의 남편  

기데나 고조가 건물 옥상에서 목과 한쪽 팔이 잘린 시체로 발견되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지게 되는데...



'관 시리즈'를 통해 일본 신본격 추리소설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아야츠지 유키토의 초기 작품으로

'관 시리즈'가 하나씩 복간되면서 그의 다른 작품들을 같이 소개되고 있는데 '관 시리즈'와는

또 다른 느낌의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관 시리즈'가 ~관이라는 특이한 구조의 건물을 배경으로

그 안에 갖힌 사람들이 차례로 죽어나가는 가운데 범인과 트릭을 맞추는 강렬한 재미를 선사했다면  

이 책은 기발한 트릭과 등장인물들의 묘한 매력에 좀 더 비중을 뒀다.



사실 첫 사건은 자살로 처리될 수도 있었지만 두 번째 사건은 명백한 살인사건이고 두 사람이

부부관계였기 때문에 첫 사건도 다시 재수사에 들어간다. 끔찍한 살해방법도 그렇지만

마침 시체가 발견된 건물에 거주하는 사람을 조사하기 위해 공안이 잠복수사를 하고 있었기에

밀실상태가 되자, 그 건물에 거주하고 있었고 유일하게 출입을 했던 피해자들의 아들인 미쓰히코가  

유력한 용의자로 몰린다. 하지만 조금은 어리버리해 보이는 담당형사 교와 실질적인 탐정 역할을

하는 그의 쌍둥이 형제 교의 활약으로 전혀 뜻밖의 진실이 밝혀지는데...
 

나름 추리소설을 많이 읽은 탓에 왠만한 트릭들은 다 접해보았지만 이 책에서 나오는 트릭은 정말

생각하기 어려운 기발한 트릭이었다. 어찌 보면 너무 어려운 트릭을 사용해 본격추리소설이

지향하는 작가와 독자의 정정당당한 대결이라는 측면에서는 좀 비판의 여지가 있지만

과학적인 트릭이란 점은 부인할 수가 없겠다. 누가 물리법칙을 이용한 트릭을 만들어낼 줄

알았겠는가(그림으로 친절하게 설명을 해놓았음에도 이해하기가 쉽진 않았다.ㅋ)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쌍둥이 교라 할 것이다.

쌍둥이에다 이름마저 발음이 같은 이들 완전 정반대의 인물이라 할 수 있었는데,

아내가 경시청 형사가 되기를 원해서 마지못해 형사를 하고 있지만 시체만 보면 구역질을 하는

전혀 형사같지 않은 동생과 조금 이기적인 스타일이지만 번뜩이는 기지로 사건을 해결하는

더 형사에 어울리는 형의 묘한 대비가 사건을 끌고 나가는 원동력이 되었다.

특히 동생 교는 왠지 미야베 미유키의 '이름 없는 독' 등에 등장하는 스기무라 사부로와 비슷한

캐릭터라 할 수 있었다. 동생 흉내를 내며 사건 현장을 들쑤시고 형 교는 오히려 여러 작품에서

많이 본 탐정의 전형적인 모습(좀 까칠하고 냉철한)을 선보였다.



기발한 트릭과 의외의 범인이라는 추리소설의 전형적인 공식에 충실한 작품이었지만 개인적으론

역시 '관 시리즈'가 더 재밌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십각관', '시계관', '미로관'과

'관 시리즈'는 아니지만 비슷한 스타일의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까지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연쇄살인사건과 소수의 인원 가운데에서 범인을 맞추는 설정이 내 취향에는 더 맞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정말 과학적인(?) 트릭을 선보이면서 사건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매력적인 캐릭터와

마지막에 드러나는 슬픈 반전까지 역시 아야츠지 유키토의 작품의 묘미를 잘 보여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