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는 어쩌다 적이 되었을까? - 평범한 인간에게 숨어 있는 괴물의 그림자, 증오
로버트 J. 스턴버그 & 카린 스턴버그 지음, 김정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세상을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일들을 겪게 되지만 역시 가장 어려운 게 인간관계가 아닌가 싶다.
좋았던 관계가 한순간에 불편한 관계로 변하는가 하면 별로였던 사람이 뜻밖의 계기로 좋아지기도 한다.
후자야 긍정적인 변화니까 바람직하다 할 수 있겠지만
전자의 경우 쉽게 원래의 관계를 회복하기가 정말 어렵다.
요즘 더욱 절실히 이런 문제가 와닿던 찰나에 이 책의 제목이 확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렇다고 적이 생긴 건 아니라고 믿고 싶다)
이 책은 한 마디로 말하면 증오의 실체가 무엇인지, 증오심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 '증오의 이중 이론'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다.
흔히 애증관계라고 하는데 사랑과 증오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닮은 꼴이라 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론 사랑의 반대말은 증오가 아니라 무관심이라 생각하지만
사랑과 증오가 감정의 극과 극이라는 점에서 통하면서
둘 다 세 가지 구성요소로 이루어진 삼각형 구조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사랑이 친밀감, 열정, 헌신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증오는 친밀감의 부정, 열정, 헌신으로 이뤄져
친밀감만 역관계이고 나머지 두 가지 요소는 방식만 다를 뿐이다.
이 세 가지 요소가 어떻게 결합하느냐에 따라 8가지 형태의 사랑과 증오로 분류할 수 있는데
사랑과 증오에 대한 나름의 적절한 유형화라 할 수 있었다.
증오의 이중 이론은 이렇게 증오의 삼각형 이론과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증오 이론으로
나눠지는데 어떻게 증오심이 형성되는지를 잘 알 수 있었다.
이 책에선 그 동안 그다지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던 증오에 관한 이론적인 고찰을 통해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 분출되고 있는 증오가 발현된 사건들의 해결 방안까지 다루고 있다.
증오가 표출된 대표적인 사례인 나치의 홀로코스트, 르완다의 대량학살, 세르비아의 인종청소는 물론
9.11. 테러의 주범인 모하메드 아타에 대한 분석을 통해 잘못된 증오심이 끔찍한 비극을 낳게 되는
과정을 잘 설명해주었는데 국가나 개인이 자신들의 목적 달성을 위해 선전으로 특정 집단
구성원들에게 증오를 심는 모습은 정말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 할 수 있었다.
서로를 증오하게 만들어 자신의 탐욕을 채운 인간들은 그야말로 인류 공동의 적이라 할 수 있었다.
이런 끔찍한 결과를 야기할 수 있는 증오를 없애기 위해선 편견의 축소, 지혜와 용서의 증진 등
증오의 삼각형 이론의 구성요소들을 바탕으로 한 중재가 필요한데
한없이 이어지는 증오의 뫼비우스의 띠를 끊어내기 위해선
역시 서로에 대한 관심과 이해, 존중 등이 필요함을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그 동안 살아오면서 누군가를 증오까지 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물론 맘에 안 들거나 싫어한 사람들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증오심을 불태울 정도의 그런 대상은
없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그런 감정을 가지는 것 자체가 나 스스로를 괴롭히기 때문인 점도 있고
싫은 사람은 아예 상대도 안 하고 관심을 끊어버리는 무심한 성격 탓도 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누군가를 싫어하거나 증오하는 감정은 그다지 바람직한 모습은 아닌 것 같다.
아직 마음의 수련이 되지 못해서 쉽게 마음이 상하고 상한 마음이 잘 아물지 않아서 힘들 때가 있는데
보통은 이 책에 나오는 선전과 같이 잘못된 방향으로 감정을 키워나간 탓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을 통해 증오라는 괴물의 실체를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 같은데 더 이상 증오나
그 부하들의 노예가 되어 다른 사람들과 쓸데없이 불편한 관계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