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반전쟁 - 앨빈 토플러
앨빈 토플러.하이디 토플러 지음, 김원호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인류의 역사는 한 마디로 전쟁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 끊임없이 국지전이 벌어지고 있고

우리 코앞에서도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그런 상황 속에서 살고 있다.

그 동안 정말 지겹도록 전쟁을 했으면 지금쯤은 지치고 질려서라도 전쟁을 그만할 것 같은데

여전히 인류는 전쟁에서 전혀 자유로워지지 못하고 있다.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이 결코 다른 존재들과의 평화로운 공존을 하지 못하게 한다는 사실이

슬프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우리에게 익숙한 '제3물결' 등을 통해 대표적인 미래학자로 손꼽히는 앨빈 토플러가

1993년에 출간했던 책을 다시 번역하여 출간한 책인데 그 당시 관점에서 과거와 현재의 전쟁과

미래의 전쟁 및 반전쟁을 예견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에선 기본적으로 전쟁을 유발하는 방식은

곧 부를 만들어내는 방식을 투영하고 반전쟁을 유발하는 방식은 전쟁을 유발하는 방식을

투영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자신의 저서 '제3물결'에서 주장한 바와 같이 제1물결, 제2물결, 제3물결 시대에 따라

전쟁의 양상도 천양지차였다. 농업혁명에 의한 농경사회였던 제1물결 시대에는 군대부터

조직과 장비, 지휘 체계가 열악했기 때문에 주먹구구식 전쟁이 행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산업혁명에 따른 제2물결 시대에는 경제의 핵심원리가 대량생산이었듯

전쟁의 핵심원리는 대량파괴였다. 대량모병과 무기의 대량생산으로 국가 총력전이 벌어져

세계는 2번의 대형 참화를 겪게 되었다.

첨단 기술과 서비스의 제3물결을 기반으로 하는 제3물결 전쟁에서는 초정밀도의 무기를 이용한

맞춤형 파괴와 부수적인 피해를 최소화하는 새로운 전쟁의 모습을 선보였다.

걸프전에서 나이트호크 스텔스 전폭기 등을 동원한 군사시설들에 대한 정밀한 타격과

이를 생중계한 화면들은 그 동안 우리가 전쟁에 가지고 있던 관념을 완전히 바꿨다.



 

앨빈 토플러는 이 책에서 제3물결 전쟁은 더 나아가 새로운 모습의 전쟁을 선보일 거라 예측했다.

제2물결 시대의 대규모 총력전에서 벗어나 고도의 훈련을 받은 특수부대의 은밀한 작전에 의한

틈새전쟁, 지구를 벗어나 우주에서 벌어지는 미사일 방어체계나 위성 파괴 등의 우주전쟁,

인간을 대신한 각종 군사용 로봇들에 의한 로봇전쟁, 환경 조작 기술 등 생태학 무기의 등장 등

이 책이 출간된 시점엔 나름 신선한(물론 지금은 그 정도는 충분히 예측가능한 상태지만)

새로운 전쟁의 모습들을 예상했다. 지금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사이버 전쟁이나

미디어를 활용하는 모습 등 제3물결 시대의 전쟁은 워낙 다채롭고 복잡미묘해서

감히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않아야겠지만 서로에 대한 불신에서 오는 전쟁의 가능성은

언제나 상존한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21세기의 글로벌 체계가 제1물결 국가, 제2물결 국가,

제3물결 국가가 병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로의 이해관계가 날카롭게 대립되고 있기 때문에

막연한 낙관론으로 평화를 보장하기 어렵다.

앨빈 토플러는 새로운 평화형식으로 지구 각 지역의 평화를 담당하고 전쟁을 억지하는

평화주식회사와 같은 민간기업이나 영공개방 등 데이터, 정보, 지식 등을 교환 가능한 체계,

무기 생산 프로그램 등을 해커들을 통해 파괴시키는 것 등 기발한 아이디어를 제안하지만

과연 실현가능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첨단 기술들의 발달로 식량, 공해 등의 문제를

다소 해소하는 등 제3물결의 디지털 혁명은 인류에게 새로운 희망의 빛도 보여주고 있는데

결국 전쟁이냐 평화냐 어느 것을 선택할지는 인간에게 달린 게 아닌가 싶다.

수많은 전쟁을 치르면서 엄청난 대가를 지불했으면서도 여전히 반성하지 못하는 인간들을

생각하면 제3물결 시대가 평화로울 거라 기대하는 건 그야말로 환상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인류의 삶이 조금씩 나아짐에 따라 정신적으로도 철이 들어 더 이상 무의미한

전쟁을 시도하지 않을 거란 낙관론을 믿고 싶은 건 나 혼자만은 아닐 것 같다.

인류에게서 전쟁이란 단어가 완전히 사라져 우리 후세들은

그 의미조차 모르게 되는 날이 어서 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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