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량의 상자 - 상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 손안의책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둘도 없는 단짝이자 서로의 환생이라고 믿는 구스모토 요리코와 유즈키 가나코.

언제까지 나이를 먹지 않을 것 같던 가나코의 목덜미에 여드름이 생기고

영문을 알 수 없이 가나코가 전철 선로에 떨어져 중상을 입는 사건이 일어난다.

가나코는 배우였던 언니인 미나미 기누코가 상자처럼 생긴 괴상한 미마사카 근대의학 연구소로

옮겨 간신히 생명에 지장은 없는 상태가 되지만 유괴 예고 편지로 경찰이 30명 넘게

철통경호를 하는 와중에 연기처럼 사라지고 마는데...


 

20개월이나 임신 중이 여자를 소재로 한 '우부메의 여름' 을 통해 요괴를 소재로 한 색다른  

미스터리를 선보였던 교고쿠 나츠히코의 교고쿠도 시리즈 두번째 작품인 이 책은 '망량'(첨엔  

망령인줄 알았다ㅋ)이라는 정체가 묘한 요괴와 상자를 소재로 펼쳐지는 흥미로운 얘기를 선보인다.

가나코의 사고와 실종 사건만으로도 충분히 재밌는 얘기가 나올 수 있지만

여기에 일본 여기저기에 팔, 다리가 흩어져 발견되는 엽기적인 연쇄 토막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이들 사건에 기바 형사와 3류(?) 소설가 세키구치, 고서점상 교고쿠도, 괴짜 탐정 에노키즈까지

개별적으로 관여하게 되면서 사건의 정체는 종잡을 수 없는 상황에 빠진다.


 

사건도 기묘하지만 등장인물들도 하나같이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다.

우연히 전철 사고현장에 있는 바람에 사건에 엮이게 되는 기바 형사는 겉으론 무서운 외모로

전형적인 터프한 형사인 것 같지만 미나미 기누코에 대한 순정을 간직한 섬세한 남자였다.

그리고 어리숙하지만 인간미가 물씬 풍기는 화자인 소설가 세키구치와 여전히 특유의 장광설

(특히 초능력, 점술, 영능력, 종교를 체계적으로 구분하는 교고쿠도의 치밀한 논리는 압권이다)을

늘어놓는 교고쿠도, 전혀 탐정같지 않으면서도 가끔씩 날카로운 면모를 보이는 에노키즈까지

톡톡 튀는 등장인물들만 봐도 교고쿠도 시리즈는 다른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재미를 준다.


게다가 이들 네 명이 각각 사건에 얽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들을 짜맞춰 전체적인 사건의

모자이크를 완성해 나가는 묘미가 나름 솔솔하다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장마다 등장하는

'상자 속의 소녀'라는 소설과 사건과의 관계 등 이 책을 읽으면서

왠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것 같은 야릇한 느낌을 받았다.



교고쿠도 시리즈의 매력은 역시 일본의 요괴나 전설을 소재로 하여 기이한 사건을 만들어내는데

있지 않나 싶다. 이 책에 나오는 '망량'도 산야나 강가의 정령이자 수신이며 목석의 요괴로

시체를 먹는 작은 귀신인데, 이런 망량을 퇴치한다면서 상자를 짊어지고 다니는 온바코 님이라는

사이비(?) 교주가 등장하고 그가 가나코 실종사건과 연쇄 토막살인사건에 모두 연관이 있는 듯한

정황이 드러난다. 이런 복잡미묘하게 얽힌 기묘한 사건들을 교고쿠도가(아마도 그가 탐정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다) 과연 어떻게 풀어낼지, 그리고 어떤 충격적인 진실이 드러날지 어서 빨리

2권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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