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2disc) : 일반 킵케이스 - 아웃케이스 없음
곽재용 감독, 조인성 외 출연 / 덕슨미디어 / 2003년 6월
평점 :
품절


연극반 선배인 상민(조인성)을 좋아하는 수경의 부탁으로 대신해서

상민에게 이메일을 보내던 지혜(손예진)는 자신도 상민을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고 있던 중  

다락을 청소하다가 엄마 주희(손예진)가 간직하던 상자 속에서  

엄마의 첫사랑과 주고받았던 클래식한 편지들을 발견하게 되는데...





클래식하다고 하면 왠지 고리타분하거나 난해한 그런 낯선 느낌이 드는 편인데 
이 영화는  

우리 부모 세대들의 클래식한 사랑이 현재 세대까지 이어지는 모습을 아기자기하게 그려내고 있다.

지혜가 편지를 통해 만나는 엄마 주희의 첫사랑은 그야말로 클래식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렸다.  

공화당 국회의원의 딸인 주희는 시골 삼촌댁에 내려 왔던 준하(조승우)와 만나  

귀신이 나온다는 강 건너의 흉가에 데려가 달라고 한다.  

이후 황순원의 '소나기'에 나오는 장면을 연출하던 두 사람은  

반딧불이가 까만 밤하늘을 수놓은 강가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데 운명의 장난인지

하필이면 준하가 친구인 태수를 대신하여 편지를 써주던 태수의 약혼녀가 바로 주희였다.  

이후 태수를 매개로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키워가던 주희와 준하.  

하지만 그들 사이에는 넘기 힘든 벽이 가로막고 있는데...



엄마 주희와 딸 지혜의 붕어빵 같은 사랑을 시간을 넘나들며

보여주는 이 영화는 클래식한 로맨스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안 그러면 같은 피가 흐르는 같은 취향의 모녀가 아니랄까봐 주희와 지혜는  

준하와 상민에게 똑같이 '태양이 바다에 미광을 비추면 나는 너를 생각한다.  

희미한 달빛이 샘물 위에 떠 있으면 나는 너를 생각한다'는 괴테의 시를 받는데  

역시 모전여전에 부전자전임을 잘 보여주었다.ㅋ 이 네 사람의 운명적인 관계는 뒤에 밝혀지는데

부모 세대에서 이루지 못했던 사랑을 자식 세대에서라도 기어이 이루고 마는 것은  

역시 세상엔 인연이란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하지 않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든다.



이 영화 속에는 클래식한 로맨스 영화답게 여러 명장면이 있는데 비 오는 날 상민이 자신의 자켓으로  

우산을 대신하여 지혜를 씌워 주고 빗 속을 달려가는 장면에 자전거 탄 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이 배경음악으로 흐르는 장면이 역시 최고의 명장면이 할 것이다.

그리고 상민의 맘을 알게 된 지혜가 자신의 우산을 놔두고 빗 속을 행복에 겨워 달려가는 장면은  

사랑에 빠진 사람만이 맛볼 수 있는 기쁨을 정말 잘 표현한 장면이라 할 수 있었다.  

1인 2역을 멋지게 소화해 낸 손예진과 남자가 봐도 괜찮은 조승우, 조인성 두 배우가 연기한  

세대를 넘나드는 사랑은 멜로 영화의 대가인 곽재용 감독의 섬세한 연출로 더욱 빛났던 영화였다.



요즘은 워낙 각종 통신수단이 발달해서 언제 어디서나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소통할 수 있지만  

편지가 주는 그런 담백한 느낌을 대신할 순 없는 것 같다.  

편지를 쓰고 받아 본 지가 언젠지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편지지에 고민고민하면서  

직접 한 자 한 자 정성을 들여 써 나갈 때의 그 마음, 몇 번이나 썼던 걸 고치며  

마음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해 애타했던 그런 마음을 다시 느끼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답장이 오기를 기다리며 집배원 아저씨를 기다리는 설레는

그 마음도 이젠 더 이상 찾아오지 않을 것 같아 아쉬운 맘이 든다.

비 오는 날 옷깃이 젖어도 젖는 줄 모르고 떨리는 맘으로 좋아하는 사람과 우산을 나눠 쓸 때의 설레임,  

온 몸이 흠뻑 젖는 줄도 모르고 마냥 좋아라 빗속을 내달릴 때 느끼는 기쁨도  

역시 사랑에 빠진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임을 잘 보여준 영화였다. 

(이런 감정을 다시 느껴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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